실톱 도입과 다도 문화 수출…나전칠공예가 걸어온 산업화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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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톱 도입과 다도 문화 수출…나전칠공예가 걸어온 산업화 궤적

뉴스컬처 2026-06-05 14:35:24 신고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사진=서울공예박물관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의 특별기획전 ‘나전장의 도안실’이 지난해 북미 지역 순회에 이어 올해 일본 관람객을 찾아간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에 선정돼 해외 순회 전시로 개편·추진된 기획이다.

일본 순회전은 도쿄 주일한국문화원 갤러리MI에서 4일 개막해 오는 8월 8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자리를 옮겨 8월 20일부터 10월 24일까지 주오사카한국문화원에서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장에는 나전칠공예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나전 도안’을 중심으로 근현대 대표 나전장들의 희귀 도안 및 실제 작품, 오늘날 현대 나전칠공예품까지 총 110점의 작품이 출품돼 도안과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김봉룡, 나전칠 쌍룡무궁화당초문 함. 사진=서울공예박물관
김봉룡, 나전칠 쌍룡무궁화당초문 함. 사진=서울공예박물관

나전칠공예는 전복이나 소라 등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내어 오려 붙인 뒤 그 위에 옻칠을 반복하는 전통 수공예 기술이다. 고려시대부터 전승돼 온 이 기법은 재료를 다루는 섬세함과 반복적인 연마 과정을 요구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자개를 붙인 후에도 생칠과 숙칠 등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칠하고 말리는 건조 과정을 수십 번 이상 반복하고, 마지막에 표면을 다시 연마해 은은한 광택을 끌어내야 완성된다.

근대에 들어 도입된 나전 도안은 자개를 오려 붙이는 작업의 설계도 역할을 했다. 밑그림을 넘어 작품의 구성과 조형미를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으며 한국 나전칠공예의 산업화를 기여했다.

이형만, 나전칠 석류문 과반.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이형만, 나전칠 석류문 과반.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전시 전반부에서는 1900년대 초부터 한국 나전칠공예를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시킨 근현대 거장 6인의 작품 세계가 소개된다. 나전칠공예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수곡 전성규를 비롯해 김봉룡, 송주안, 심부길, 민종태, 김태희 등 장인들이 평생에 걸쳐 축적한 나전 기법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일본 전시에서는 1920년대 전성규, 김봉룡, 심부길, 송주안 등이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나전사’에서 활동하면서 금속 세공 도구인 ‘실톱’을 나전 제작에 도입, 한국 나전의 회화적 표현을 발전시킨 교류 역사를 다룬다. 아울러 1970~80년대 민종태와 김태희의 찻통과 향합이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현지 다도 문화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보여준다.

김성수, 폭죽. 사진=서울공예박물관
김성수, 폭죽.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전통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감각을 구현하는 현대 나전칠공예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현재 국가·시·도 무형유산 나전장 및 작가로 활동 중인 김성수, 송방웅, 이형만, 손대현, 최상훈, 김설 등이 참여해 과거 거장들의 계보를 잇는 현대적 가능성을 증명한다.

한편 개막 당일 주일한국문화원에서는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이 ‘한국 나전칠공예의 전통과 장인’을 주제로 학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 강연을 진행했으며, 최상훈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가 현장에서 전통 나전 기법을 직접 시연해 현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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