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반복되는 일상과 무감각한 가족, 끝없이 원고지를 채워야 하는 한 인간의 초상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피로를 그려낸다.
대한민국 현대희곡사의 주요 작가 이근삼의 대표작 <원고지>가 프로젝트 비담의 무대 언어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연극 <원고지>는 2026년 6월 9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된다.
<원고지>는 한 가장이자 지식인인 ‘교수’를 중심으로,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과 가족 간의 단절, 사회적 의무와 노동의 압박 속에서 점점 소모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교수는 집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한 채 끝없이 무언가를 써야 하는 존재로 남는다.
이번 공연은 원작이 지닌 부조리극적 구조와 풍자성을 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무대 위에 올린다. “우리는 정말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매일 정해진 칸 안을 채우고 있을 뿐인가” 본 작품은 원고지의 네모난 칸처럼 규격화된 삶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이름과 감각을 잃어가는지를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프로젝트 비담은 이번 <원고지>에서 ‘반복’, ‘규격’, ‘기계적 리듬’을 주요 무대 언어로 삼는다. 인물들은 말하고 움직이지만 서로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 그리고 ‘가정’이라는 공간은 교수에게 안식처가 아니라 또 하나의 작업장이 된다. 이렇게 원고지는 인간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증명하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적 압박으로 확장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고전 희곡을 박제된 텍스트로 다루기보다, 지금 이 시대의 관객이 체감할 수 있는 불안과 피로의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성과를 요구받는 삶, 관계 안에서도 고립되는 개인, 쉬지 못하는 몸과 정신의 상태를 통해 <원고지>가 가진 동시대성을 선명하게 드러낼 예정이다.
출연진은 이귀우, 안다슬, 김연희, 김도균 배우로 구성되며, 각 배우는 가족, 사회, 노동, 제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는 인물들을 연기한다. 배우들의 과장된 리듬과 반복되는 신체성은 작품 특유의 부조리한 세계를 한층 선명하게 만들어낸다. 연극 <원고지>는 NOL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Copyright ⓒ 문화저널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