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영국 현대미술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네이단 콜리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포항에서 열린다.
포항시립미술관은 2026년 중반기 현대미술 기획전으로 ’네이단 콜리: 마음이 그려낸 풍경(You Will What You Imagine)‘과 제2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전 ’안효찬: 친근하면서도, 낯선‘을 오는 9월 6일까지 동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계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이끌어 온 해외 거장의 작업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의 문제의식을 함께 조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네이단 콜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로, 지난 2007년 영국 현대미술계 최고 권위의 상 가운데 하나인 터너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영상 작업부터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와 결합한 최신작까지, 30여 년에 걸친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소개한다. 조각과 영상 등 총 18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콜리를 대표하는 작업은 이른바 ‘텍스트 조명 조각(Text Light Sculpture)’이다. 작가는 철제 비계 구조물 위에 백열전구를 설치하고 소설, 라디오 프로그램, 일상 대화 속에서 채집한 문장들을 배치한다. 익숙한 문장은 원래의 맥락에서 분리돼 전혀 다른 장소에 놓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이번 전시에는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소설에서 발췌한 문장들로 구성된 대표적인 텍스트 조명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 작품들은 영국의 오래된 교회 앞이나 호주의 산업 유산 공간 등 서로 다른 장소에 설치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 왔다.
콜리는 도시와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의 관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진정한 도시는 다양한 신념과 배경, 부와 빈곤이 공존할 때 가능하다”고 말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작품 속에서 탐구해 왔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Earth(땅)’, ‘Garden(정원)’, ‘Eldorado(엘도라도)’와 같은 단어들은 관람객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하지만, 결국 공동체와 공존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작가는 전구의 따뜻한 빛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오는 6일 오후 2시에는 미술관 로비에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관람객이 네이단 콜리를 직접 만나 작품 세계와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미술관 2전시실과 초헌 장두건관에서는 제2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자인 안효찬의 개인전 ‘친근하면서도, 낯선’이 함께 열린다.
포항 출신 안효찬 작가는 조각과 설치미술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 속 인간의 욕망과 구조적 폭력성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설치와 조각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디오라마 형식을 활용해 불안정한 도시 풍경을 구축한다. 녹슨 철근과 기울어진 건축물, 거친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성장과 발전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과 균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전시 중심에는 대형 설치작품 ‘회전하는 그림자(Monument of Silence)’가 자리한다. 실제로 회전하는 거대한 관람차 구조물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반복과 순환을 상징하며, 관람객을 하나의 거대한 디오라마 속으로 끌어들인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돼지 형상은 현대 문명이 비인간 존재와 자연의 희생 위에 구축돼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는 문명의 발전이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희생과 파괴를 동반하는 이중적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제 현대미술의 흐름과 지역 기반 동시대 미술의 문제의식을 함께 소개한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작가 네이단 콜리의 거시적 사유와 지역 청년 작가 안효찬의 비판적 성찰이 교차하는 예술적 장”이라며 “두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현대 문명의 이면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과 위로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6월 20일부터 운영되며 별도 예약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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