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단 하나의 저음 현만으로도 고전의 양식과 현대적 미감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악기가 바로 첼로다. 음악적 깊이를 탐구해 온 첼리스트 김인하가 고전주의적 규범과 전위적인 표현 방식의 접점을 추적한다. 김인하 첼로 독주회 ‘첼로 에세이-X(Cello Essay-X)’는 베토벤과 브람스, 프로코피예프를 따라 전통의 질서와 혁신의 언어 사이를 탐색하는 자리다.
부제 ‘첼로 에세이-X:전통과 혁신 사이에서(Cello Essay-X: Between Tradition and Innovation)’는 프로그램의 방향이다. 베토벤의 노래와 소나타, 브람스의 응축된 스케르초, 프로코피예프의 명료하면서도 날카로운 음향이 서로 다른 시대 감각을 전한다.
출발은 베토벤의 ‘부드러운 사랑 WoO 123(Zärtliche Liebe, WoO 123)’이다. 짧은 성악곡으로 알려진 작품이 첼로 선율로 옮겨진다. 사랑의 정서가 과장 없이 흐르고, 악기의 따뜻한 음색은 이후 등장할 대형 소나타의 정서를 예고한다. 브람스의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c단조 WoO 2(Scherzo in C Minor, WoO 2 from F-A-E Sonata)’는 낭만주의 특유의 응축된 열기를 품는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격렬한 리듬과 단단한 추진력이 살아 있다.
프로그램 전반부 핵심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 Op.69(Cello Sonata No. 3 in A Major, Op. 69)’다. 베토벤 첼로 레퍼토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피아노와 첼로가 대등한 대화를 나누는 구조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는 넓은 선율로 시작하고, 2악장 스케르초는 리듬의 탄력을 키운다. 3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에서 알레그로 비바체로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은 서정과 활력이 빠르게 교차한다. 이어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소나타 C장조 Op.119(Cello Sonata in C Major, Op. 119)’가 자리한다. 1949년에 쓰인 작품답게 고전적 틀을 품으면서도 20세기 러시아 음악의 선명한 감각이다. 안단테 그라베의 묵직한 서두와 모데라토의 유연한 움직임,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의 냉철한 생동감이 밀도 있게 채운다.
김인하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 로베르트 슈만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디플롬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마쳤다. 이후 영국 로열 노던 음악대학 포스트 디플롬 과정을 이수했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제이콥스 음악대학)에서 야노스 스타커를 사사했다. 에바 하이니츠 실기우수 장학생으로 석사와 연주디플롬 과정도 졸업했다.
국제 연주 경험도 폭넓다.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초청으로 체코 비르투오지와 협연했고, 야나체크 브르노 국제 페스티벌,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미닌 페스티벌 오프닝 콘서트, 빈 음악협회 초청 한·빈 문화교류 음악회, 북경대학교 PHBS 음악회, 홍콩 르 프렌치 메이 페스티벌, 선전시 한·중 문화페스티벌과 한·중 수교 기념 음악회 등에서 연주했다. 2013년부터는 중국 선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으로 활동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왕자양과 트리오를 꾸려 실내악과 독주 활동을 병행했다. 선전 필하모닉 협연 뒤 중국 선전특별신문으로부터 “단단한 연주력과 깊은 소리를 지닌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는 선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유일무이한 한국 국적 단원으로 적을 옮겨 활약상을 넓혔다. 현지 문화부 초청 리사이틀을 비롯해 악단 자체 실내악 시리즈, 고유 독주 브랜드인 'Romantic Favorites', 보안아트센터 페스티벌 등에서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 종횡무진했다. 2019년 홍콩 시티홀 무대에 올랐던 르 프렌치 메이 페스티벌 공연은 홍콩 공영방송 RTHK31의 문화 프로그램 ‘The Works’를 통해 현지에 송출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자신만의 독주 시리즈인 ‘Romantic Favorites’와 ‘Cello Essay’ 브랜드를 공고히 구축하는 중이다. 다양한 전문 앙상블 단원이자 솔리스앙상블 수장으로서 지역 문화재단들과 긴밀히 협력해 실내악 기획을 이끌었다. 2024년에는 한일 양국의 롯데콘서트홀과 산토리홀에서 열린 스타커 기념 페스티벌의 주역으로 참여했다. 지난해는 지휘자 윌슨 응의 지휘 아래 아시아 모던 심포니의 일원으로 홍콩과 국내 단상에 올랐다. 연주 활동 외에도 문화 복지 단체 EnoB China의 총괄 기획자로 헌신했으며, 여러 복지 및 청소년 센터에서 음악 교육과 앙상블 지도를 수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 현재는 세종대, 가톨릭대, 추계예대 등 여러 교육기관에 출강하며 교육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무대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파트너로는 피아니스트 박은식이 낙점됐다. 에마뉘엘 액스로부터 “주도면밀한 테크닉과 마술적인 색채를 표현하는 연주자”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최근 쇼팽 녹턴 전집 음반으로 음악 팬과 평단의 호응을 얻었다. 카네기홀, 링컨센터, 오타와 내셔널 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국내외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했다. 서울대학교 피아노 전공을 실기 수석으로 졸업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중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 음대에서 메나헴 프레슬러를 사사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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