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내밀한 심상의 잔상을 건반의 울림으로 포착한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쇼팽의 다채로운 악곡이 펼쳐진다. 김송하의 독주회 ‘내면을 노래하다’는 쇼팽의 춤곡과 야상, 브람스의 짧은 소품을 따라 사적인 감정의 어둠과 온도를 탐색한다. 전반부는 마주르카, 녹턴, 발라드가 이루는 쇼팽의 세계를 다룬다. 후반부는 브람스 말년 피아노 음악의 낮은 목소리로 향한다.
첫 연주는 쇼팽의 ‘네 개의 마주르카 Op.24(4 Mazurkas, Op. 24)’다. g단조, C장조, A플랫장조, b플랫단조 네 곡은 폴란드 춤곡의 리듬이 바탕이다. 짧은 악구마다 달라지는 호흡과 악센트의 기울기, 민속적 정서가 핵심이다. 김송하는 춤과 독백 사이의 미묘한 거리를 짚는다. 이어지는 쇼팽의 ‘두 개의 녹턴 Op.62(2 Nocturnes, Op. 62)’는 후기 양식의 성숙한 서정을 품는다. B장조와 E장조 두 곡은 선율의 아름다움만으로 소비하기 어렵다. 장식음은 섬세하고, 화성은 깊게 흔들린다. 한 음 뒤에 남는 여백이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
전반부 마지막에는 ‘발라드 4번 f단조 Op.52(Ballade No. 4 in f minor, Op. 52)’가 오른다. 쇼팽 발라드 가운데서도 구조적 밀도와 극적 상승이 큰 작품이다. 서정적인 시작은 점차 복잡한 대위적 전개와 거대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어 브람스의 ‘세 개의 인터메초 Op.117(3 Intermezzi, Op. 117)’이 이어진다. E플랫장조, b플랫단조, c샤프단조 세 곡은 격한 표현보다 낮은 음성, 절제된 슬픔, 고요한 회상이다. 브람스가 말년에 남긴 피아노 소품 특유의 깊은 침잠이 리사이틀 후반의 공기를 바꾼다. 마지막 묶음은 브람스의 ‘여섯 개의 피아노 소품 Op.118(6 Klavierstücke, Op. 118)’이다. 인터메초, 발라드, 로망스가 차례로 이어지는 작품집은 짧은 형식 안에 격정과 체념, 위로와 불안을 압축한다. 특히 a단조 인터메초와 g단조 발라드는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F장조 로망스는 맑은 휴식을, e플랫단조 인터메초는 깊은 음영을 전한다.
김송하는 만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경북예술고등학교에서 실기 수석을 거쳐 독일 쾰른 국립음악대학교학사과정을 3년 만에 조기 졸업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독일 뮌스터 음악대학교 최고연주자과정에서 수학했다. 국내 재학 시절 목원대 콩쿠르 전체 수석 장학생 선정을 비롯해 대전·대구 음악협회, 영남대, 난파, 한음, 한국브람스협회 등 유수의 경연대회에서 상위 입상해 일찍이 음악적 두각을 드러냈다.
바로크 음악부터 동시대 현대 음악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그는 현대 작곡가 테오 라이텐의 작품을 세계 초연하고 출판 작업에 동참하는 등 학구적인 면모를 보였다. 더불어 하이든부터 라헨만에 이르는 변주곡 음반을 기획·제작하기도 했다. 독일 본의 베토벤 재단 주최 축제와 쾰른의 음악회에 초청되어 연주를 마쳤으며,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의 주요 극장 무대에 서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특히 이탈리아 체르보 아카데미 독주회 당시에는 현지 유력 일간지 '라 스탐파'로부터 남다른 예술적 재능을 집중 조명받았다. 아울러 바르샤바 쇼팽 시대악기 콩쿠르 본선 무대에 오르고 현지 박물관의 지지를 받는 등 포르테피아노와 고음악 연주 기법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도 지속했다.
국내외 거장들의 마스터클래스와 사사를 거쳐 음악적 정체성을 공고히 한 김송하는 귀국 이후에도 달성 100대 피아노 무대, 모차르트 릴레이 공연 등 다채로운 기획을 통해 국내 청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현재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박사과정에서 전액 장학 혜택을 받으며 학업과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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