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중량 ‘다이어트’가 계속되고 있다.
원재료비 상승, 운영비 부담의 누적에 따른 이익 보전 과정에서 가격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기업들의 토로에도 과도한 이익 추구를 위한 ‘마진 경쟁’의 산물이라는 눈총은 여전하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치킨 중량표시제의 계도기간이 이달 말 종료되고, 다음 달부터 전 프랜차이즈 대상으로 본격 시행된다. 치킨 중량표시제는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가 메뉴판과 온라인 주문 화면 등에 조리 전 총중량을 가격과 함께 표시하도록 한 제도로, 앞서 계도기간을 통해 10대 치킨 가맹본부 소속 가맹점에 우선 적용된 바 있다.
이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가격 인상, 원료 변경 모두 부담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중량표시제가 확대 시행 이전 주요 프랜차이즈들의 제공량 감소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먼저 소식을 알린 것은 굽네치킨이다.
굽네치킨은 이달 1일자로 닭다리살 순살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줄였다. 가격과 원료 기준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제공량이 감소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위 중량당 부담은 커지게 됐다는 평가다.
굽네치킨이 중량 조정을 택한 배경에는 가격 인상과 원료 변경 모두 부담스러운 외식 프랜차이즈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뉴 가격 인상을 택할 경우 소비자 반발과 이탈이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가 원료 기준 변경 역시 품질 저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킨은 원산지와 사용 부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은 품목인 만큼 가격 인상과 원료 변경 모두 쉽게 택하기 어렵다.
굽네치킨 측은 국내산 닭다리살 수급 부담과 원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나 원료 변경 대신 중량 조정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매년 반복되는 부분육 수급 불균형 속에서도 품질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통가 일각에서도 현재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 조치으로 인해 치킨 업계의 중량 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가격 인상 대신 제공량을 줄이는 것을 택할 정도로 비용 압박이 커졌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의 비용 압박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배달앱 수수료와 환율, 인건비에 더해 글로벌에서 불어닥친 원자재 쇼크와 재료 가격 상승까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정부 물가안정 기조,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부담 등 본사와 가맹점 모두 가격 조정에 제약이 걸린 상태다.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지는 데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인해 제공량 감소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토로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팀장은 “치킨 업체들은 가격 인상 부담이 큰 데다 계육 수급과 원가 상황도 좋지 않아 중량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배달앱 수수료와 환율, 인건비 등 여러 비용이 누적되면서 본사와 점주 모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와 브랜드 이미지 부담도 가격 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점주들은 가격 인상을 요구하지만 본사도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야 해 부담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사정과 별개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동일한 가격에 제공량을 줄이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과 동일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가격 인하 또는 제공량 증가가 없었다는 사실도 논쟁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라는 유통구조의 특성에 따라 개인사업자와 달리 가맹본부 차원의 물류·운영 구조 조정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가격 조정이 불가능해 제공량 축소가 불가피했더라도 다른 식재료를 더하거나 메뉴 구성을 조정하는 등 체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의 보완책이 함께 제시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 프랜차이즈라면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검토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중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보완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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