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주간만 볼 수 있습니다…" 해발 1,578m 바위 틈에서 피어나는 꽃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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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주간만 볼 수 있습니다…" 해발 1,578m 바위 틈에서 피어나는 꽃 명소

위키푸디 2026-05-12 21:57:00 신고

설악산 귀때기청봉 풍경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설악산 귀때기청봉 풍경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도시에서 봄꽃이 지고 나면 봄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벚꽃이 떨어지고 개나리가 시들고 평지의 진달래까지 꽃잎을 떨구면, 계절은 이미 여름 쪽으로 넘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해발 1,500m가 넘는 설악산 능선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평지의 봄이 물러난 뒤, 고산의 봄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산지대는 평지보다 기온이 낮고 눈도 늦게 녹는다. 꽃이 피는 시기도 자연스럽게 한 달 이상 늦어진다. 같은 5월이라도 도심과 산 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이 시차 덕분에 5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 설악산 서북능선에서는 털진달래 군락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맞는다. 

진달래 닮았지만 사는 곳부터 다른 '고산 꽃'

설악산 털진달래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설악산 털진달래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털진달래는 이름만 보면 진달래의 한 종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자라는 장소와 피어나는 시기를 보면 평지에서 흔히 보는 진달래와 차이가 크다. 가지와 잎 표면에는 잔털이 촘촘하게 나 있고, 꽃 크기도 일반 진달래보다 작다. 가장 큰 차이는 꽃이 버티는 자리다.

털진달래는 해발 1,000m 이상 아고산대 암릉 지형에서 자생한다. 국내에서는 설악산과 지리산, 한라산 일대에서 볼 수 있다. 흙이 거의 쌓이지 않은 바위틈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능선 위쪽에서 군락을 이룬다.

개화 시기도 평지 진달래보다 한 달 이상 늦어 보통 5월에서 6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 같은 설악산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대청봉과 소청봉 부근의 털진달래는 서북능선보다 약 일주일 늦게 피는 편이다. 고도가 더 높고 바람을 맞는 방향, 남아 있는 눈의 양이 구간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귀때기청봉에서 분홍빛 능선이 펼쳐지는 이유

설악산 귀때기청봉 풍경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설악산 귀때기청봉 풍경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서북능선 털진달래 군락의 중심에는 귀때기청봉이 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자리한 봉우리로, 높이는 해발 약 1,578m다. 설악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서도 높은 축에 든다. 일반 탐방객에게는 이름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설악산을 여러 차례 찾은 산행객 사이에서는 서북능선 종주에서 빼놓기 어려운 지점으로 통한다.

털진달래 군락은 한계령삼거리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많이 분포한다. 회색 암릉 사이로 분홍빛 꽃이 번지듯 피어나며, 거친 바위 능선과 고산 꽃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만든다. 평지의 꽃길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다. 꽃을 가까이에서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 바위와 꽃,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꺼번에 들어온다는 점이 이 코스의 인상을 깊게 만든다.

귀때기청봉 정상에 서면 주변 산군도 넓게 펼쳐진다. 점봉산 1,424m, 안산 1,430m를 비롯한 백두대간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날이 맑으면 동해 바다까지 보이기도 한다. 꽃과 암릉, 먼 산줄기 전망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서북능선이 5월 산행지로 자주 거론된다.

한계령에서 장수대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 산행길

설악산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설악산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서북능선 종주는 국도 44호선 한계령휴게소에서 시작된다. 해발 약 920m에 있는 휴게소를 출발해 한계령삼거리, 귀때기청봉, 1408봉, 대승령을 지나 대승폭포 방향 장수대로 내려오는 코스다. 전체 거리는 약 12.5km다.

거리만 보면 크게 부담스러운 코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산행 시간은 보통 7시간에서 9시간가량 걸린다. 설악산 안에서도 난도가 높은 구간으로 꼽히는 이유다.

능선 위쪽은 풍화된 암석과 암괴류가 길게 이어진다. 발을 디딜 때마다 돌이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너덜길이 반복된다. 여기에 급경사 구간도 여러 차례 이어져 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평지보다 체력 소모가 크다.

5월이라도 능선 위 날씨는 평지와 다르다. 바람이 세고 아침저녁 기온 차도 크다. 방풍 의류와 여벌 옷은 꼭 챙기는 편이 좋다. 산 위에서는 날씨가 갑자기 바뀌는 일도 잦아 출발 전 기상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대승폭포까지 보고 내려오기 전 알아둘 정보

대승폭포 / 한국관광공사
대승폭포 / 한국관광공사

종주 코스의 마지막은 대승폭포로 이어진다. 대승령에서 장수대 탐방안내소 방향으로 하산하면 폭포까지 약 0.9km만 더 걸으면 된다. 왕복 1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긴 산행을 마친 뒤에도 함께 둘러보기 좋다. 탐방로도 비교적 잘 정비돼 있어 서북능선 종주를 하지 않고 장수대 주차장에서 대승폭포만 보러 오는 방문객도 많다.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고 거리가 짧아 서북능선 종주를 하지 않아도 장수대 주차장에서 대승폭포만 보러 찾는 방문객이 많다. 대승폭포는 높이 88m로, 금강산 구룡폭포·개성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 3대 폭포로 꼽힌다.

눈 녹은 물이 더해지는 5월에는 수량이 많은 편이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물보라가 선명하게 살아나며, 장수대 일대 산세와 함께 설악산다운 장면을 만든다. 폭포 인근에는 대승암 폐사지도 남아 있어 옛 사찰 터의 흔적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 개정 이후 입장료가 폐지돼 무료로 탐방할 수 있다. 다만 장수대와 오색 등 공원 안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된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출발 전 주차 요금을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설악산 털진달래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설악산 털진달래 / 한국관광공사 홍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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