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기념 앙코르 공연…이규형, 전 시즌 김해진 역으로 출연
"예술은 국가와 상관없이 관통하는 지점 있어…'팬레터'가 고전으로 남길 바라"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10년 정도 하면 지겨울 법도 한데 하는 생각도 하실 텐데 지겹지 않고 재밌어요. 한 작품을 10년에 걸쳐 한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인데 감사하죠."
12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배우 이규형은 2016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팬레터'에 출연하고 있는 소회를 밝혔다.
지난 3월 17일 개막해 오는 6월 7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0주년 기념 앙코르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는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이규형은 2016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전 시즌에 김해진 역으로 출연하며 작품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상징적인 배우다.
그는 "사실 이렇게 10년 동안 하게 될 줄 몰랐다"며 "나름 저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연기할 때 재밌다"고 회상했다.
이규형이 연기한 김해진은 당대 최고의 천재 소설가로, 죽어가는 와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마지막 유작을 남기려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는 "초연 때는 텍스트 그대로 인물을 봤다면, 지금은 '어떤 새로운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모티브가 된 인물들, 과거 역사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며 "요즘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당시 문인들의 관계, 에피소드, 그들이 찾았던 장소들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어 인물을 대하는 태도가 더 정교해졌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소극장에서 시작해 대극장으로 규모를 키워왔지만, 이규형은 '소극장의 섬세함'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는 "제 모교인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시작했을 때의 세밀한 연기 디테일을 대극장에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배우들과 연출진 모두 노력한다"며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관객들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팬레터'는 국내를 넘어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출로 글로벌 K-뮤지컬로서의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규형은 특히 대만 공연 당시를 떠올리며 "난생처음 2천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공연했는데, 객석이 꽉 찬 것을 보고 놀랐고 관객들이 엄청나게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공연을 감명 깊게 본 대만 관객들이 지금까지도 한국을 찾아와 공연을 관람해 주신다"며 "예술에는 국가와 상관없이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고전을 좋아하듯 이 작품도 고전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규형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거쳐온 '팬레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작품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이 한 분야를 10년 넘게 파면 전문가가 되거나 장인 반열에 올라가기 시작하듯, '팬레터' 역시 무대 위에 잘 녹아들어 대중성까지 갖춘 작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베테랑 배우가 된 그에게 무대는 삶의 일부다.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부터 한시도 무대를 놓아본 적 없다는 그는 "무대에 서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하다"면서 웃어 보였다.
이어 "공연이 저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yun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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