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4월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3-14로 대패했다. 4월을 11승 16패로 마친 한화의 순위는 8위. 9위 키움 히어로즈와 0.5경기, 10위 롯데 자이언츠와 1.5경기 차이다. 지난해 준우승팀 한화는 기대와 달리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단지 힘과 기술에서 밀리는 게 아니다. SSG에 역전 당하는 장면에서 한화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과 무력함이 느껴졌다.
이전까지 한화는 기세등등했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응원했다. 또한 베테랑 류현진이 5회까지 퍼펙트 피칭으로 SSG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6회 초 한화 수비에서 경기 흐름은 완전히 뒤집혔다. SSG 선두타자 최지훈이 초구 기습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며 류현진의 퍼펙트 게임을 깼다. 이어 오태곤이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치며 무사 2, 3루로 연결했고, 조형우와 박성한이 적시타를 날려 2-1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SSG는 거세게 한화를 몰아붙였다. 안상현의 희생번트, 최정의 고의4구 이후 1사 만루에서 에레디아의 2타점 적시타가 타졌다. 4-1. 연속 안타를 맞은 류현진이 흔들렸으나, 김경문 한화 감독은 에이스를 더 믿었다. 김서현의 부진으로 시작된 불펜 사정을 생각하면 교체도 쉽지 않았다.
이어진 1사 1, 2루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포수 최재훈이 잡지 못하자 1루 주자 에레디아가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루 주자 최정은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에레디아가 2루에 거의 다다르니, 최정은 3루로 밀려나듯 뛰었다. 확실한 아웃 타이밍. 그러나 최재훈은 급한 마음에 원바운드 송구(최재훈 실책)를 했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이를 놓쳐 최정은 걸어서 3루에 안착했다.
황당한 플레이는 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에레디아가 2루에 진출한 뒤 1루로 돌아갔는데, 귀루할 때 2루를 터치하지 않았다. 이는 어필 플레이(수비측이 공격측의 플레이 중 규칙 위반 사항에 대한 재정을 요청)에 해당한다. 그러나 에레디아가 1루로 돌아갈 때까지 한화 수비수와 벤치는 아무런 어필도 하지 않았다. 결국 어필권이 소멸된 상태에서 플레이가 속개됐다.
후속 타자 한유섬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최준우의 투수 땅볼 때 3루 주자 최정이 아웃됐다. 2사 만루에서 최지훈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스코어가 1-6으로 벌어지자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화가 3-7로 추격한 8회 초에도 수비가 흔들렸다. 무사 1루에서 SSG 최지훈이 친 땅볼을 한화 2루수 하주석이 놓친 것이다. 정면으로 굴러오는 타구를 기다리다가 '알'을 깐 것(하주석 실책)이다. 병살타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 무사 1, 3루가 됐다. 이어 오태곤의 희생플라이로 SSG는 한 걸음 더 달아났다. 2사 1, 2루에선 정준재의 적시타가 터졌고, 결국 최정이 3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한화 선발 류현진은 5이닝까지 올 시즌 최고라고 할 만큼의 피칭을 보여줬다. 외국인 투수의 부상, 부진으로 사실상 1선발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투구 수가 누적될수록 지쳐 보였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도 6회 초 어수선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이 경기를 중계한 정민철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해 류현진은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 뒤를 받쳤다면, 올해는 선봉에 선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초 한화는 4번 타자 노시환과 마무리 김서현의 부진으로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SSG전에 앞서 김서현이 2군으로 내려가고, 양상문 투수 코치가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러나 불펜의 재구성에 실패하면서 류현진, 아시아 쿼터 왕옌청이 등판하는 날에도 '계산'이 잘 서지 않는다. 심지어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백호를 이날 1번 타자로 세울 만큼, 변화의 압력이 크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한화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한 듯하다. SSG전에서 나온 실책 2개도 기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 위축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투타의 중심이 흔들리자, 엇박자가 심해졌다. 이제 수비까지 부진하다. 한화는 어느새 팀 실책 1위(28개)에 올라 있다.
김경문 감독은 힘겨운 4월을 보내면서 "자꾸 지니까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아직 시즌 초라 마이너스(승패 마진)가 크지 않다.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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