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과 대통령의 연방기관 사용 중단 지시에 맞서 회사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면서,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충돌이 사법 판단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앤트로픽은 미국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기관 18곳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피고로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 조치의 취소와 함께, 모든 연방기관에 자사 AI 사용을 중단하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쟁점은 국방부의 지정 조치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이 자사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전면 개방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회사를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소장에서 “해당 지정은 적대 세력이 국가 안보 목적의 정보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전복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미국 기업인 자사는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정부 조치의 모순도 지적했다.
국방부가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면서도 6개월간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도록 한 점, 한때 국방생산법 발동을 거론하며 기술 강제 징발을 시사한 점은 ‘안보 위협’이라는 정부 주장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다.
앤트로픽은 “헌법은 정부가 기업의 발언을 처벌하기 위해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wield its enormous power to punish a company for its protected speech)”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앤트로픽)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됐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개처럼 해고했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정책 판단이 아닌 보복적 성격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국방부 외에도 연방총무청(GSA) 등 여러 기관을 피고에 포함했다.
대통령 지침 이후 이들 기관이 앤트로픽과의 계약을 중단하거나 관계를 단절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에도 국방부 조치의 다른 측면을 다투는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갈등의 근본에는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는 한때 미군 기밀 시스템에서 사용 가능한 유일한 AI로 알려졌으나, 회사는 자사 기술이 대규모 국내 감시나 완전 자율형 살상 무기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작전에 AI를 제한 없이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은 통상 미국의 적대 세력을 대상으로 내려지는 조치다. 미국 기업이 이러한 지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opyright ⓒ 투데이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