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JP모건은 고객들에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뉴욕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JP모건은 변동성 급증에도 투자자들이 시장의 추가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포지셔닝 신호를 근거로 현재 전술적 매도 관점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앤드루 타일러 글로벌 시장 인텔리전스 책임자는 9일 공개한 고객 보고서에서 "포지셔닝이 현재 중립적이며 극단적인 위험회피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난주 에너지 관련주들의 경우 빠른 분쟁 완화에 베팅한 투자자들 탓에 순매도가 발생했다고 썼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옵션 가격을 토대로 이번주 S&P500지수가 지난주 하락분에 더해 2.9%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전쟁 여파로 S&P500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10% 하락한 6720선까지 미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JP모건은 "양측의 석유 인프라가 타격을 입으며 명백한 확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석유 인프라 공격이 공식적인 전례가 됐으며 지난주 확인된 석유 제품 가격 상승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하루씩 길어질 때마다 앞으로 석유 제품 공급에 기하급수적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하면서 "지역 내 생산량 감소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도달하는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가가 125달러 고점에서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데 거의 5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런 단기 약세 전망이 끝나려면 분쟁에서 확실한 출구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하르그섬 항구를 장악할 경우 이란의 석유 수출은 중단되고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 것이며 이는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이란의 추가 공격을 유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 해안에서 25㎞ 떨어진 수㎞ 길이의 하르그섬에 대해 ‘가장 민감하고도 가장 때리기 쉬운’ 표적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직 이곳을 공습하지 않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하르그섬은 1960년대 미국 정유사 아모코가 석유시설을 지은 이후 하루 최대 700만배럴의 원유가 나갈 수 있는 원유 수출 터미널이다.
하르그섬 남쪽에는 저장 탱크 수십개가 밀집해 있다. 양쪽으로는 원유를 초대형 유조선에 적재하기 위해 깊게 뻗어 있는 부두, 노동자 숙소, 본토와 연결하기 위한 활주로 등 상당히 많은 부분이 노출돼 있다. 해저 송유관은 터미널과 이란의 대형 유전들을 연결한다.
하르그섬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 심하게 폭격당했으나 이번 전쟁에서는 아직 공습받지 않았다.
JP모건은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면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은 즉각 중단돼 호르무즈 해협이나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심각한 보복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여러 걸프 국가들이 석유 생산량을 감축하면서 공급 우려가 커졌다. 이로써 유가는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타일러 책임자는 긴장이 누그러질 경우 빠른 반등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는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위험자산에 우호적"이라며 "분쟁의 확실한 출구전략이 마련된다면 이번 전술적 매도 호출은 종료될 것"이라고 적었다.
JP모건의 이번 보고서는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시장을 괴롭혔던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과 고물가의 결합)의 재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광범위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다만 타일러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강력한 기업 실적과 인공지능(AI) 주도의 기술주 성과 같은 펀더멘털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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