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도입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고 민간에서는 암호자산과 결제 시스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돈의 형태와 역할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승헌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펴낸 신간 『돈의 변신』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중앙은행에서 33년 동안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현장을 지켜본 저자는 돈의 작동 원리를 역사와 제도, 금융시장 구조 속에서 풀어낸다.
이 책은 경제학 교과서처럼 복잡한 이론이나 수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조개껍질 화폐에서 신용화폐,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까지 이어지는 화폐의 변화를 따라가며 돈의 본질을 설명한다.
저자는 돈을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신뢰 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본다. 화폐의 가치는 물질 자체가 아니라 공동체가 만들어낸 믿음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관점은 최근 금융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외환시장 거래 규모는 실물 교역 규모를 크게 웃돌고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은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돈은 더 이상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거대한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한다.
저자의 설명은 중앙은행 내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한국은행 금융시장국과 정책기획국, 국제금융 분야를 거치며 통화정책과 외환시장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금융위기와 시장 변동 속에서 정책이 어떤 고민을 거쳐 결정되는지도 현장 시각에서 설명한다.
책의 후반부는 디지털화폐와 암호자산 논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기술 경쟁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신뢰와 제도'를 강조한다. 미래 화폐 질서는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제도적 신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추천사에서 "돈을 둘러싼 생각의 구조를 차근차근 다시 세우게 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변동성과 디지털 화폐 논쟁이 커지는 시대. 『돈의 변신』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돈의 작동 원리를 다시 묻는 책이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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