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2025년 11월 이주배경아동이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초행길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
#1. 아동복지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민호는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민호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에게는 한국어로 정확히 설명할 자신이 없어 말하기 어려워 했다. 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해 보았지만, 일이 더 커질까 걱정해서인지 조금만 참아보자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2. 다른 이주배경아동 초등학교 5학년 수아의 유일한 안식처는 한국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폰 속 세상이었다. 수아의 부모는 생계를 위해 늘 바빴기에 아동은 방과 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집에서 보내야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위축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부모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걱정하실까 싶어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주배경아동의 심리적 어려움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도움을 요청할 다른 통로를 찾지 못해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 역시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아동을 지원하기 어려워 한다.
문제는 이주배경아동이 마주한 어려움이 소극적 성격 등 개인 위주로 설명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이의 언어 적응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엔 개인적 요인 이상으로 환경적, 구조적 문제들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한국말은 다소 미숙할지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민호나 수아는 어려움을 참고 견디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주배경아동의 침묵을 알아보고 먼저 손을 내민다면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2023년부터 운영 중인 ‘초행길(초기사회적응의 행복한 길잡이)’ 사업은 이러한 물음에 ‘그럴 수 있다’는 답을 주고 있다. 이주배경아동들은 선이주민 멘토와의 교류, 학교·가정·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 또 학교와 지역 현장을 직접 찾는 ‘찾아가는 초행길’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 상황에 직면하기 전 조기 적응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민호는 ‘찾아가는 초행길’을 통해 만난 멘토에게 처음으로 모국어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교사 상담이 진행됐고, 민호에게는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생겼다. 민호의 변화는 한국어 실력이 아니라 안전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수아 역시 초행길 사업에 참여하며 버스 타는 법, 도서관 이용 방법 등 한국 일상을 익혀갔다. 지역 프로그램에서 또래도 사귀면서 스마트폰 대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두려움은 서서히 익숙함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한국에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수아의 변화 역시 아동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누군가와 함께하며 시작된 것이다.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관심과 선제적 지원 환경이 조성된다면 이 아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안에 아동이 말할 수 있는 창구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역 민간기관들은 아동이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고, 정부는 지원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더 이상 제2의 민호와 수아가 생기지 않도록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조별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과장. ⓒ초록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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