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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한강벨트 중심의 가격 상승폭이 5주 연속 둔화되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도 상승세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첫째 주(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직전 주 상승률(0.11%) 대비 0.0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상승 흐름은 유지했지만 상승 폭이 5주 연속 둔화한 모습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5분위(상위 20%) 매매 평균가격은 34억7120만원으로 전월 대비 527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택을 가격대별로 5등분해 산출하는 5분위 통계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이 구간은 대부분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다.
서울 5분위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최근 크게 줄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달 사이 1억3477만원 상승했지만, 올해 2월 상승폭은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직전월인 1월 상승액(2744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었고,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월평균 상승폭(5996만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조사 기준일이 2월 초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시장 분위기는 통계보다 더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3월 통계에서 5분위 가격이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KB 기준으로 고가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2024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실제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들에선 한 달 만에 수억원이 하락해 거래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2월 12일 23억82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1월 31억4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한 달 사이 7억6000만원가량 떨어진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해당 거래가 증여 등 특수거래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후에도 가격이 낮아진 상태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27억원 수준에 거래되며 최고가 대비 4억원 이상 낮은 가격대가 형성됐다.
송파구는 서울 핵심지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가운데서도 거래량이 많고 매물도 풍부해 강남권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특히 950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인 헬리오시티는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 단지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이 세금 부담과 매물 증가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정부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공급이 늘고 있다. 여기에 향후 보유세 개편 가능성과 비거주 1주택 규제 검토 등 정책 변수도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외곽 지역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다르다”며 “최근에는 정부가 집값 안정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고 보유세 강화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고가 아파트 단지 보유자들이 선반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약세는 서울 고가 단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확산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이 인접 지역으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라며 “향후 추가적으로 급매물이 출현할 수 있어 가격 흐름은 더욱 둔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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