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그동안 보수적 투자 성향을 보이던 은행 고객들까지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급락 이후 반등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 은행 창구와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에서도 투자 상담과 상품 가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동안 예·적금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온 고객들이 증시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모바일 앱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 고객을 중심으로 은행 점포 방문이 크게 늘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들고 와 상품 가입을 문의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급락 장세 속에서 직접 상담을 받고 투자를 결정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신탁 형식으로 팔린 ETF는 1월 7조3351억원, 2월 8조2819억원 등 총 16조845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판매액이다. 지난해 1~2월 판매액이 1조5000억원을 하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달에는 중동 사태 등으로 3일과 4일 이틀 연속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이 기간에도 은행 ETF 판매액은 1조2279억원에 달했다.
은행에서는 ETF 판매액이 늘어난 주요인으로 중장년층 이상 고객의 수요 급증을 꼽고 있다.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데 익숙한 젊은 층은 증권사 앱을 통해 ETF를 매수·매도하는 반면, 나이가 있는 자산가들은 PB의 도움을 받아 ETF 상품을 고른 뒤 은행에서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온라인 채널도 사실상 '대기줄'이 생겼다. 일부 펀드나 ETF 연계 신탁 상품은 비대면 가입 시 투자 위험 설명을 위한 영상통화 절차가 필수인데 신청이 몰려 30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은행 PB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 고액 자산가는 절세 전략이나 안정적 자산 배분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증시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 상품 가입을 위해 수억원 단위의 자금을 옮기는 고객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지금과 같이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무리한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담 문의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 변동성 우려가 큰 만큼 투자 목적과 위험 감내 수준을 충분히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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