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나프타 원료 수급이 막힌 여천NCC가 제품 공급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고객사에 통보하면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석화업계 전반이 셧다운(가동 중단)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석유화학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최근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등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중단 가능성을 밝히며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판매자가 배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여천NCC는 이란의 드론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발 나프타 수입이 잇따라 지연·중단되면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천NCC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갑작스럽고 급격히 고조됨에 따라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3월 인도 예정이었던 나프타의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든 생산 시설을 최소한의 용량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설비 가동률 하향 계획도 밝혔다.
여천NCC는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이 약 228만5000t에 달하는 국내 최대 단일 에틸렌 생산 기업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석유화학 구조조정 영향으로 3공장(연산 47만t)은 셧다운 절차를 밟고 있고, 1공장(연산 90만t)과 2공장(연산 91만5000t)만 가동 중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여천NCC로부터 에틸렌 등 기초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여천NCC가 원료 수급 난항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다운스트림 업체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천NCC 고객사들은 한 달 치 비축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재고를 활용해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재고 소진 후에도 시장 내 나프타 수급이 어려울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석유화학 업계는 구조적 공급 과잉 국면에 있어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전가하기 어렵다”며 “공급 차질에 따른 나프타 가격 급등은 업계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