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동차 용품 업체 발보맥스를 운영하는 마이클 번스 사장은 대법원 판결을 예상하고 인도산 부품 출하를 지난해 10월부터 미뤄왔다가 판결 직후 공장에 즉시 선적을 지시했다.
번스 사장은 “약 10만 달러 규모 물량에 대해 기존 5만 달러 대신 1만5000달러의 관세만 내게 됐다”며 “3만5000달러 절감은 중소기업에 직원 채용이나 신제품 출시를 결정할 수 있는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정책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단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하루 뒤에는 이를 최대 15%까지 인상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10% 관세가 적용됐고, 이번 주 안에 15%까지 올릴 계획이다.
이에 미국 24개 주 정부는 해당 관세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관세국경보호청(CBP)이 관세 종료 기준일을 대법원 판결일(2월 20일)이 아닌 2월 24일로 설정하면서 소급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방 무역법원 판사는 이번 주 IEEPA 관세로 거둬들인 1300억 달러 이상의 세금을 기업에 환급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기업들은 정책 불확실성을 가장 큰 부담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구 업체 다니엘 폴 체어스의 피트 바릴레 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관세가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라며 “관세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이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150일 한정 10~15% 관세’가 종료되거나 재조정되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선적 일정을 조정하고 가격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법적 대응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WSJ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2200개 이상의 기업이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에 참여했다. 체조 장비 업체 텀블 트랙은 지난해 추가 관세로 약 100만 달러를 납부했으며 세관을 상대로 공식 항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상황에 따라 관세 정책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이 장기 경영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기업들에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