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한달새 26% 급증…규제에 집 팔아 주식시장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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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물 한달새 26% 급증…규제에 집 팔아 주식시장 '기웃'

이데일리 2026-02-26 19:03:42 신고

[이데일리 최정희 양희동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전용면적 84㎡(34평)가 다주택자 급매물로 34억원에 나와 있다. 해당 아파트는 2월 4일까지만 해도 36억 7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으나 몇 주 새 3억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 엘스 84㎡도 무주택자만 가능한 ‘매매’로 32억 500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34억 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2억 원 가량 더 싸게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여만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약 2년 만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 조정되면 부동산에 몰려 있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서울 한 달 새 매물 26% 늘고, 강남권 매도 호가 뚝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2월 넷째 주(17~23일)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2024년 3월 둘째 주(-0.01%) 이후 첫 하락 전환이다. 서초구도 0.02%, 송파구도 0.03%, 용산구도 0.01% 하락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4곳만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주 과천 아파트가 0.03% 하락한 후 이번 주도 0.10% 하락해 2주 연속 하락한 데다 하락폭 또한 커졌다.

성동구, 광진구는 0.20%, 마포구는 0.19% 올랐지만 4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동작구는 0.05% 올라 5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강남권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수록 이들 한강벨트로도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7만 784건을 기록, 1월 23일(5만 6219건) 대비 25.9% 늘어났다. 10.15 규제 직후였던 작년 10월 19일(7만 1656건) 이후 가장 많은 매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게 5월 9일까지 보유 주택을 팔라고 촉구하면서 다주택자가 매도호가를 낮춰서 팔려는 심리가 커진 데다 1주택자라도 고령의 고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엔 이를 팔고 더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도 늘어났다. 정부가 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를 예고한 터라 미리 정리하기 위한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빠른 매물 증가와 매도 시한이 정해진 다주택자 매물로 인해 매도 호가가 떨어지고 일부는 하락 거래되고 있다. 서초구 양재동 양재 우성 아파트 73㎡는 2월 22일 18억 9500만 원에 거래돼 작년 11월 초 최고가(20억 원) 대비 1억 넘게 하락했다. 송파구 트리지움 84㎡도 20일 33억 원에 거래돼 지난 달 최고가 대비 5000만 원 하락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서초구 잠원동, 송파구 잠실·신천·가락동 일부, 강남구 대치·도곡·역삼·개포동 등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진 급매물이 출회되고 일부는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에 본 계약을 해야 하는 다주택자들이 3월~4월 중순까지도 계속해서 가격 조정을 하면서 매도 호가가 떨어진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동·마포구 등 한강벨트에선 가격이 하락한 강남권으로의 진입 수요가 나올 수 있어 강남권 급매물들이 추가 가격 조정을 받을 경우엔 한강벨트까지 급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10억 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서울 외곽에선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는 데다 대출을 받아 매수하려는 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에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부동산→증시’ 머니무브 본격화되나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증시 활황에, 집을 판 다주택자들이 보유 자금의 상당부분을 증시 등 다른 투자처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현섭 KB GOLD&WISE 더퍼스트 도곡센터장은 “부동산을 매각해놓고 다른 좋은 부동산을 사려고 대기하는 수요가 아직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와중에 주식장이 워낙 좋다보니, 일부 자산가들은 증시로 자금을 옮겼거나, 투자하려고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세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고 수익 전망이 좋지만, 부동산은 강력한 규제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신영 우리은행 TCW 도곡 PB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더이상 안전자산의 불패가 아닌 무거운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자금을 증시로 유입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너무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반도체 열풍과 밸류업 프로그램등을 통해 압도적인 수익을 기록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 자금은 앞으로도 수익전망이 더 좋은 국내증시로 몰릴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고점을 지났지만, 코스피 등 증시는 추세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민세진 신한 프리미어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현재 한국 증시는 수급·정책 기대·유동성이 맞물리며 상당히 강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부동산은 다주택자 부담 확대와 거래 위축 영향으로 심리적 피크를 지난 모습”이라며 “(주식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라 차익실현 등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당분간은 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코스피의 경우 이익모멘텀으로 추가적인 추세상승이 가능할것으로 보이며 코스닥 또한 수급개선 및 국민성장펀드 등 정부정책으로 추가상승이 기대된다”며 “국내 증시는 여전히 PBR 1.7배로 대만 등 타 아시아 국가 대비해서 가격 매력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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