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S 시즌, 데님 팬츠 트렌드의 중심이 다시 한번 이동했다. 몇 시즌째 이어진 Y2K 감성의 와이드·플레어 핏을 뒤로하고, 군더더기 없이 반듯하게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핏이 전면에 나선 것. 과하게 펑퍼짐하지도, 지나치게 타이트하지도 않으며 과장된 디스트로이드 디테일 대신 절제된 실루엣으로 승부한다. 절묘한 균형 위에 선 이번 시즌 데님 팬츠는 한층 단정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니멀한 형태와 함께 해석의 차이는 더욱 또렷해졌다는 사실. 수많은 브랜드가 스트레이트 핏이라는 실루엣 안에서 각자의 디테일을 촘촘히 녹여냈다.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 데뷔 컬렉션에서 정제된 데님 스타일링의 정수를 선보였다. 프러시안 블루 데님에 적당한 핏, 느슨하게 맨 타이와 스니커즈를 매치해 절제와 여유를 동시에 보여줬다. 발렌티노는 은은한 워싱과 버튼플라이 디테일로 변주를 더했고, 준야 와타나베는 얼룩덜룩한 질감이 돋보이는 이른바 ‘돌청’ 데님으로 한층 캐주얼한 무드를 강조했다. 또 컬러대비가 돋보이는 패치워크로 변화를 준 웨일즈 보너, 곳곳에 새와 나뭇가지 모티브를 새겨 넣어 개성을 드러낸 아미리 또한 주목할 포인트. 버버리와 뎀나의 손길을 거친 구찌는 짙은 데님 컬러에 빈티지한 워싱, 여유 있는 기장을 더해 시크한 데님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반면 기본기에 충실한 곳도 있다. 바로 질 샌더. 클래식한 핏과 절제된 컬러, 미니멀한 연출만으로도 브랜드 특유의 고요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이번 시즌의 데님은 스트레이트 핏이라는 동일한 실루엣 안에서도 각기 다른 태도와 디테일이 교차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되 결코 평범하지 않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 곧게 떨어지는 데님 한 벌로 담백하고도 산뜻한 일상을 맞이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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