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K-컬처 300조 시대, 이제는 공예·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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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K-컬처 300조 시대, 이제는 공예·디자인이다

뉴스컬처 2026-02-25 17:05:22 신고

정부는 ‘K-컬처 300조 시대’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문화콘텐츠 시장 300조 원, 수출 50조 원, 방한 관광객 3,000만 명을 목표로 내걸고, 2026년 문화예술 투자와 전통문화산업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K-팝과 드라마·영화는 이미 수십 조 원 규모를 겨냥한 전략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국내 공예산업이 5조 원대로 성장하고, 한복·나전칠기·한지·도자기가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수도권 편중과 영세 공방 구조, 고령화된 장인층, 줄어드는 관련 전공 진학자는 향후 5~10년 내 세대 단절을 우려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이 조건 속에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은 공예·공공디자인·전통생활문화를 아우르는 전담기관이자, 전통문화산업 진흥의 핵심 실행 주체로 서 있다. 2026년 예산 552억 원 중 전통문화 비중이 47%에 이르지만, 공예·전통·디자인·한복이 기능과 조직 차원에서 영역별로 분절되어 운영되고, 유사 기관과의 역할 경계도 완전히 정리되어 있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K-컬처 300조 시대, 공예·디자인은 정말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된다. 어쩌면 이 질문이요 말로 300조 시대의 문화 인프라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일지 모른다. 공예와 디자인의 방향을 전통, 생활, 생태계, 경험이라는 4가지 축으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통을 생활로 끌어내야 한다. 전통공예가 박물관 유물이 아니라 우리 집 식탁과 옷장, 거실을 채우는 ‘K-라이프스타일’이 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한지와 도자기, 한복은 특별한 날의 기념품이 아니라 매일 손에 잡히고 몸에 닿는 물건이어야 한다. 

KCDF는 오늘전통축제를 문화역서울284에서 체험 중심 도심형 축제로 운영하고, 한지가헌·한복마름방을 관광 코스로 엮으며, 9월 개관 예정인 오늘전통창업랩을 전통문화 창업기업의 보육에서 유통까지 잇는 거점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복상점과 한복문화주간은 “입어보고, 사는” 일상의 접점을 넓혀가는 실험이다. 이 기반 위에서 전통을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끌어내는 가장 현실적인 길은, 대중이 이미 소비하는 채널과 브랜드 안에 공예를 자연스럽게 심는 일이다. 

대기업과의 전통문화 융합상품, 한류 배우를 활용한 한복 콘텐츠, K-드라마 속 공예품 배치, 럭셔리 호텔·항공사와의 K-Craft 에디션이 더해지면, 전통은 “찾아가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것”이 된다. 

한지가 카페 인테리어 소재로, 도자기가 레스토랑 식기로, 한복이 일상의 패션으로 쓰일 때 전통은 생활의 언어가 된다. 동시에 전통 기법과 현대기술의 융합 R&D, 한지 유네스코 등재 대응, 장인 보존 기록 사업이 뒷받침되어야 활용의 속도만큼 보존의 깊이도 함께 갈 수 있다.

둘째, 글로컬 생태계를 함께 짜야 한다. 전주 한지, 이천 도자기, 통영 나전칠기, 강릉 목공예는 각 지역의 얼굴이지만, 많은 공예가들은 여전히 개별 공방과 단발성 행사에 기대어 버티고 있다. 생산·유통·관광·체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는 아직 미완성 이다. 

하지만 공예트렌드페어(매출 80억 원대), 해외 유통망 개척(26억 원대), 디자인마이애미 참가 등의 경험은 이미 축적되어 있다. 2026년 개관하는 오늘전통창업랩이 발굴·보육·유통을 잇는 새로운 관문이 된다면, 이 자산들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을 수 있다. 

공예트렌드페어를 연중 플랫폼으로 확장해 해외 거점과 온라인 유통에 연결하고, 오늘전 통창업랩에서 성장한 브랜드를 지역 KX 거점–서울–해외 쇼룸으로 순환 배치하며, ‘전주한지’, ‘이천 도자기’ 같은 로컬 공동 브랜드를 ‘K-Craft 글로벌 라인’으로 묶어 세계 주요 도시에서 프리미엄으로 선보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한 지역 공방에서 태어난 공예품이 서울을 거쳐 두바이와 파리를 오가며 쓰이는 순간, 로컬과 글로벌은 더 이상 나뉘지 않는다. 그 순환을 설계하는 것이 지금 짜야 할 생태계의 핵심이다.

셋째, 공공디자인을 삶의 질과 연결해야 한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와 교통, 공공건물과 안전시설을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KCDF는 2019년 공공디자인 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컨설팅·파일럿·페스티벌·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전국 지자체와 현장을 잇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의 가치는 시설물의 외형을 정돈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이 매일 오가는 거리, 정류장, 공원, 공공서비스 접점에서 느끼는 안전·편의·쾌적함, 그 총체가 곧 공감각적 행복지수다. 

공공공간·공공시설·공공서비스 유형별 디자인 기준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공공디자인과 공공서비스 영역 모두에서 기획·실행 역량을 키울 때, 공공디자인은 정책의 효과를 “보이게 만들고, 국민이 느끼게 만드는” 실행 도구가 된다. 그 순간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삶의 질 그 자체가 된다.

넷째, K-Heritage와 K-Experience를 함께 키워야 한다. KCDF는 2028년까지 ‘글로벌 K-Heritage 브랜드 TOP3’ 진입을 비전으로 삼고, 유럽·북미·중동 3대 해외 거점 쇼룸, 디자인마이애미·메종&오브제 참가, KX 프로그램의 해외 10개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KX(K-Experience)는 공방 체험, 전통축제, 관광 루트, 디지털(VR·AR) 체험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경험 모델이다. K-Heritage Trail 관광 루트, VR·AR 디지털 체험, 해외 문화원 연계 KX 프로그램이 경험의 폭을 넓히고, 글로벌 거점 쇼룸과 K-Craft 콜라보레이션이 브랜드의 격을 높일 때, 한국 공예는 “싸고 특이한 기념품”이 아니라 의·식·주를 넘어 정신과 철학, 서비스의 본질을 담는 프리미엄 문화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여기에 하나의 조건이 더해지고 있다. 바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수도권 공공기관 약 350곳의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단계적 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다. 이 과정에서 KCDF 역시 이전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옮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K-Heritage & KX 글로컬 허브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관점이다. KCDF 같은 문화·창의 기관에 필요한 입지 기준은 산업 클러스터와 물류 효율이 아니라, 전통·공예·문화 자원의 밀집도, 관광·경험 수요, 지역 창업·유통·축제 인프라, 공공디자인· 도시재생 수요, 서울·해외와의 접근성이다. 

전주·광주·이천·강릉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런 조건을 품고 있으며, 특히 전주는 한지·한식·한옥·공예·영화가 응축된 통합형 전통문화도시로서 KX 허브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어떤 도시가 선택되든, KCDF의 이전이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니라 글로컬 KX 허브 구축 전략과 맞물릴 때, 앞서 말한 네 축은 구체적인 공간과 정책, 생태계 안에서 비로소 살아 움직이게 된다. 

한식은 세계의 식탁에 올랐고, K-팝과 K-드라마는 지구촌의 일상이 되었다. 그 거대한 흐름의 다음 자리에, 공예와 디자인이 서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공예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혁신이다. 전통문화는 박제가 아니라 진화다.” 이 문장은 이제 선언이 아니라 실행 계획이 되어야 한다. K-컬처 300조 시대, 손끝에서 시작된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갈 준비를 마쳤는가. 그 질문에 어떤 답을 쓰느냐에,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미래, 그리고 KCDF가 서게 될 새로운 좌표가 함께 달려 있다.

글= 김경배 경기대학교 한류문화대학원 교수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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