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기운이 반갑다가도 막상 떠나보내려니 아쉬운 겨울의 미련을 한재인은 투박하고도 멋스러운 레더 재킷으로 달래는 중이다. 지난번 한재인의 ‘시네마틱 데일리’: 텍스처와 빛을 이용한 미장센 스타일링에서 오트밀 코트로 부드러운 서정성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묵직한 가죽의 질감을 빌려 한층 더 강렬하고 힙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육중한 실루엣의 재킷 아래로 살랑이는 스커트를 매치한 센스는 그야말로 반전 매력의 정석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텍스처 믹스매치의 묘미
가죽 재킷이 주는 딱딱하고 차가운 인상을 중화시킨 건 하의로 선택한 시폰 소재의 스커트다. 거친 레더와 가벼운 패브릭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올 블랙 룩에 경쾌한 숨통을 틔워준다. 여기에 굽이 있는 부츠를 더해 다리 라인을 길게 확장하며, 산책길마저 런웨이로 만드는 모델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거울 셀카 속에서도 빛나는 ‘각’ 잡힌 실루엣
오버사이즈 아우터를 입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해 보임’을 한재인은 영리하게 피해 갔다. 어깨 라인이 드롭된 디자인을 선택해 체구는 작아 보이게 만들면서도, 목을 감싸는 하이넥 디테일로 얼굴의 윤곽을 더욱 또렷하게 강조했다. 레드 컬러의 스마트폰이 무채색 스타일링 속에서 선명한 포인트 역할을 하며 시선을 붙잡는 연출력 또한 탁월하다.
벽 하나만 있어도 화보가 되는 피사체의 힘
무심하게 벽에 기대어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에는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이 서려 있는 듯하다. 화려한 액세서리 대신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잔머리와 은은한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기능적인 보온성과 탐미적인 스타일링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은 이번 룩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우리가 참고해야 할 가장 완벽한 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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