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의 가격을 5만9990달러(약 8600만 원)로 낮춘 신규 모델을 전격 출시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출시 나흘 만에 “앞으로 10일간만 이 가격에 판매한다”고 선언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이 모델은 출시 초기 7만 달러대였던 사이버트럭 라인업에 진입 장벽을 낮춘 전략 상품이다. 문제는 이번 가격 인하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심각한 판매 부진에 대한 긴급 처방이라는 점이다.
1만5000달러 ‘럭스 패키지’ 삭제의 진실
이번 가격 인하의 핵심은 6개월 전 의무 적용됐던 ‘럭스 패키지’를 삭제한 데 있다. 1만5000달러에 달했던 이 패키지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인 FSD(Full Self-Driving)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가 FSD를 영구 라이선스 방식에서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가격 거품을 걷어낸 셈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기본 차량을 6만 달러 미만에 구매하고, FSD는 필요에 따라 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최초 발표 당시 약속했던 4만 달러(현재 물가 기준 5만2750달러)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단종된 후륜구동 모델보다 1만 달러 저렴해진 가격표다. 다만 경쟁 모델인 포드 F-150의 시작가(3만9330달러)와는 여전히 약 2만 달러의 격차가 존재한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몰고 온 한파
사이버트럭의 판매 부진은 테슬라 전체 실적 악화와 궤를 같이한다. 2025년 테슬라의 전 세계 판매량은 163만6000대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으며, 미국 시장에서는 56만8454대를 판매해 10%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6년 1월에도 미국 판매가 약 4만100대에 그치며 전년 동월(4만8500대) 대비 17%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가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사이버트럭 특유의 파격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디자인이 초기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실구매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출시 이후 빈번한 리콜이 발생하면서 신뢰도 문제까지 불거졌다.
자동차 회사에서 AI 기업으로, 전략 전환의 신호탄
한편 테슬라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최상위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의 생산을 중단하고, 향후 사업 방향을 로보택시(사이버캡)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등 AI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2026년 자본지출을 200억 달러(약 28조8000억 원)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이버트럭의 ’10일 한정 할인’은 단순한 재고 처리가 아니다. 테슬라가 과거 모델 3의 3만5000달러 모델을 극히 제한적으로만 판매하고 수시로 가격을 조정해온 변칙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머스크가 X(옛 트위터)에서 “수요에 따라 새로운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10일 후에는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암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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