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젊음과 청춘의 상징이자 캠퍼스의 낭만, 문화예술이 꽃 피는 명륜·혜화동 등 대학로 일대는 조선 시대에 반촌(泮村)이라 불렸다. 반(泮)은 성균관을 지칭하는 글자로, 반촌은 ‘성균관이 있는 동네’ 또는 ‘성균관 마을’을 뜻한다.
‘조선의 대학로’는 조선 최고의 유학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던 유생과 이들과 뗄레야 뗄 수 없던 반인의 관계에 주목하며 20세기 유일무이 고시촌 ‘반촌’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조는 성균관과 주변 마을인 반촌 일대를 둘러보며 상서로운 기운에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자리로 최적이라 감탄했다. 반촌은 풍경이 아름답고, 문명의 기운이 감도는 길지로서 조선 유일의 대학가이자 교육 특구였다. 치외법권 지역이기도 한 이곳은 유생과 반촌 사람들만의 질서가 지배하는 또 다른 세계였다.
유생들이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성균과 지킴이 역할은 반인이 도맡았는데, 이들은 단순한 공노비의 역할이 아니었다. ‘다림방’이라는 푸줏간을 운영하며 성균관 재정을 확충하기도 했다. 살림살이를 이끈 성균관 지킴이이자, 유생들이 수험생활에 집중하도록 물심양면 도와온 여러 역할을 수행했는데 일종의 하숙집 주인이었던 반주인은 유생의 성균관 생활과 응시를 돕고 보증하는 후견인이나 집사와 같은 존재로 끈끈한 인간관계가 맺어졌다.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중의 삶을 소개해온 저자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이처럼 반촌 사람들과 그 문화에 주목하며 옛 대학로의 변천사를 흥미롭게 다룬다. 생활상을 20개의 주제로 정리해 40여점의 도판과 함께 제시하며 입체적인 면모를 다뤘다. 반인들이 유교적 의리와 문화예술을 추구할 줄 알았던 교양인으로 성장해갔던 과정,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던 반촌 사람들이 시를 모아 ‘반림영화’라는 책을 낸 사례, 과거에 붙은 유생이 고시촌으로 돌아와 옛 하숙집 주인에게 깊이 고마움을 표했다던 인간적인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풍경과도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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