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항생제 관리 모델의 혁신성과 정책적 타당성이 국제사회에서 공식 인정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소아청소년과 감염분과 이현주 교수, 감염내과 문송미(항생제 관리 책임의사) 교수팀이 2024년 11월 시작된 국가 주도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의 정책적 배경과 초기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를 진행했다.
◆OECD 평균 크게 웃도는 항생제 사용량…국가 주도 개입 불가피
항생제 내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0대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다.
2019년 전 세계 항생제 내성 사망자는 127만 명에 달하며, 2050년에는 1,000만 명 이상으로 암 사망자(820만 명)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일일 항생제 사용량은 31.8로 OECD 평균 19.5를 크게 웃돌며, 광범위 항생제의 빈번한 사용이 치료 실패 위험과 내성률 상승을 초래해왔다.
기존의 ASP 활동은 병원별 자율적 시도에 의존해왔고, 전문 인력 부족과 표준화된 운영 모델 부재, 재정 지원의 한계로 의료기관 간 이행 격차가 지속되어왔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의 핵심 과제로 전국 ASP 시범사업을 공식 출범시켰다.
(사진 : 김홍빈 교수, 이현주 교수, 문송미 교수)
◆301병상 이상 78개 병원 대상…다학제 전담팀 구성 의무화
시범사업은 301병상 이상 병원 중 78곳을 선정해 2024년 11월부터 2027년까지 연차별 참여 병원을 모집해 운영된다.
참여 병원은 의사와 전담약사로 구성된 다학제 전담팀을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며, 성과에 연동된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항생제 사용 감시와 처방 개선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표준화된 감사 및 피드백 체계 도입, 성과 연계 차등 재정 지원이 핵심 요소로 항생제관리의사와 전담약사 의무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ASP’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행 3개월 만에 80% 이상 병원 자체 지침 개발
2025년 1~2월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참여 병원의 50% 이상이 항생제 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80% 이상이 자체 항생제 사용 지침을 개발해 적용했다.
모든 병원이 특정 항생제 사용 승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30% 이상은 항생제 처방 적정성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단기간에 전국적 항생제 관리 인프라가 갖춰진 셈이다.
김홍빈 교수는 “정부 주도의 정책·재정·평가 통합 모델에 의료계의 적극적 협업이 더해져 항생제 관리 체계 구축을 빠르게 촉진했다”며 “다만 숙련된 전문 인력 부족과 3차 병원·중소병원 간 역량 격차는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10년 경험이 시범사업 설계에 반영
분당서울대병원은 정부 지원 이전인 2013년부터 ASP 활동을 추진해왔다.
감염전공약사 제도 운영과 의사·약사 협업을 통해 원내 항생제 사용량을 동일 병상 평균 대비 15% 이상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광범위 항생제인 카바페넴 사용량도 평균 대비 30% 낮은 수준이다.
이 경험이 시범사업 설계에 직접 반영됐다.
병원 항생제관리팀(팀장 문송미 교수)이 운영하는 ASP 벤치마킹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70개 의료기관 200여 명의 의사와 약사가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ASP 네트워크 심포지엄을 개최해 국내외 네트워크 활동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번 논문은 ASP가 병원 중심 자율 활동을 넘어 정책·재정·평가 체계 하에 제도화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김홍빈 교수는 ASP 시범사업의 초기 성과를 정리하면서 “단기간에 전국적 항생제 관리 인프라가 구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숙련된 전문 인력 부족, 3차 병원과 중소 병원 간 역량 격차 등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라며 “향후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대형 병원이 중소 병원을 지원하는 지역 네트워크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영향력지수 10.5)’에 ‘National Pilot Program for Antimicrobial Stewardship in the Republic of Korea’라는 내용으로 게재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Copyright ⓒ 메디컬월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