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는 회화, 작가 엄정순의 개인전 '보푸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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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는 회화, 작가 엄정순의 개인전 '보푸라기'

바자 2026-02-24 16:42:00 신고


WAYS OF SEEING


하나의 선이, 덩어리가 촉수가 될 때. 작가 엄정순에게 예술은 ‘보는 행위’에 관해 끊임없이 되묻는 사건이다.


엄정순, 〈코끼리의 어느 모서리 2, 3, 1〉, 2025, 종이에 유채, 오일 파스텔, 60x168cm(각각).
엄정순, 〈코끼리의 어느 모서리 2, 3, 1〉, 2025, 종이에 유채, 오일 파스텔, 60x168cm(각각).

선이 흔들리듯 겹겹이 쌓여 있다. 곧지 않게 뻗어 있고,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이 흐른다. 그 사이사이에는 보슬보슬한 보풀이 내려앉아 있다. 2023년 작가 엄정순이 광주비엔날레 기간 선보인 참여형 대형 설치 작업 〈코 없는 코끼리〉는 수십만 명의 관객이 작품을 만지며 감상하는 과정을 거쳤다. “코끼리에게 코가 없다면?” 불교의 〈열반경〉에서 비롯된 연작은, 하나의 감각기관을 넘어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신작 〈무늬 없는 리듬〉에서 작가는 그 시간의 흔적을 다시 불러낸다. 지난 전시 동안 관람객의 손길이 스치고 머문 자리를 캔버스 위에 옮겼다. 오래전 “선은 더듬이”라고 말했듯, 그에게 선은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니다. 대상을 묘사하거나 직관을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세계와 접촉하고 시간을 체현하는 감각의 통로다. 전시의 부제 ‘촉각적 사건’은 그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감각과 기억을 기록하는 행위임을 뜻한다.

엄정순, 〈무늬 없는 리듬 1-1〉, 2025, 종이에 아크릴릭, 울, 76x56cm.
엄정순, 〈무늬 없는 리듬 1-1〉, 2025, 종이에 아크릴릭, 울, 76x56cm.

작가 엄정순만큼 삶의 궤적과 작업이 올곧게 일치하는 작가는 드물다. 그는 대학 교단을 벗어나 30년 동안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코 없는 코끼리〉 조각과 이를 해체해 재구성한 회화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한편에는 작가가 제작에 참여한 1천 권의 점자책이 놓여 있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서, 감각을 탐구해온 한 사려 깊은 예술가의 시도를 목격할 수 있다.

※ 엄정순 개인전 《보푸라기-촉각적 사건》은 3월 28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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