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우스 로팍이 전시하는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거리의 윤리(Distancing)》展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타데우스 로팍이 전시하는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거리의 윤리(Distancing)》展

에스콰이어 2026-02-24 15:32:42 신고

전시참여 작가들
  • 케이 이마즈(Kei Imazu, 1980년생, 일본 출생, 인도네시아 거주)는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시각적 과잉 속에서 이미지, 역사, 신화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탐구한다.
  • 김주리(1980년생, 한국 출생 및 거주)는 는 흙(earth)을 주축으로 벽돌이나 파편, 암석 등 다양한 물질을 다루며, 물질이 겪는 ‘젖음, 응고, 균열, 퇴적’의 변화를 시간 기반 설치, 조각, 평면 작업으로 전개한다.
  • 임노식(1989년생, 한국 출생 및 거주)은 주변에서 포착한 사건과 감각을 출발점으로, 가시와 비가시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상태를 회화로 구축한다.
  • 마리아 타니구치(Maria Taniguchi, 1981년생, 필리핀 출생 및 거주)는 반복과 노동의 축적을 통해 화면에 시간의 단위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다.

198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문을 연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지난 40여 년간 현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거장들의 발자취를 기록해 온 세계적인 메가 갤러리다. 2021년,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 첫 거점을 마련한 이후 여러 작가들을 소개하며 국내 미술 시장의 담론을 확장해 왔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이번에 선택한 화두는 '아시아의 동시대성'이다. 2월 24일 개막하는 단체전 《거리의 윤리(Distancing)》는 한국, 일본, 필리핀 출신 작가 4인의 시선을 통해 이미지와 물질, 그리고 인식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간 국내 동시대 미술과 세계적 미학의 흐름 사이의 교차점을 탐색해 온 갤러리가 그 흐름을 아시아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제공, 사진: 전병철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제공, 사진: 전병철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2026년 첫 전시로 한국, 일본, 필리핀 출신의 작가 4인의 신작을 선보이는 단체전 《거리의 윤리》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이미지와 물질 그리고 인식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경험되는지를 탐구하는 케이 이마즈(Kei Imazu), 김주리, 임노식, 마리아 타니구치(Maria Taniguchi)의 신작회화19점과조각1점을소개한다.타데우스로팍서울은 2021년 개관 이후 《지금 우리의 신화》(2023),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2024)와 같은 기획 단체전을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과 국제적 담론이 만나는 장을 지속적으로 탐색해왔으며, 본 전시는 그 흐름을 아시아 전반으로 확장하는 시도이다.

《거리의윤리》는서로다른밀도를지닌네작가의작업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된다. 한 걸음 떨어져 감각하고 두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기를 제안하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작품을 ‘읽기’보다 ‘통과’하며 이동하게 된다. 물질에서 신체로, 지각에서 시간으로 이어지는 느슨한 이동 속에서 감각은 서서히 조율되고, 작품은 빠른 해석보다 지속되는 관찰의 과정 속에서 다른 상태로 드러난다. 전시는 이 지연의 과정이 반복, 변화, 층위, 병치라는 서로 다른 형식 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따라간다.

마리아 타니구치. 〈무제 (Untitled)〉,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그리고 연필. 228 x 114 cm. © Maria Taniguchi. 사진: 전병철

마리아 타니구치. 〈무제 (Untitled)〉,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그리고 연필. 228 x 114 cm. © Maria Taniguchi. 사진: 전병철

전시의 시작에서 마주하는 마리아 타니구치의 작업은 이번 전시가 제안하는 ‘거리감’과 ‘머무름’을 가장 절제된 형식으로 펼쳐 보인다. 작가는 2008년부터 벽돌 회화를 전개하며 반복과 노동의 축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 화면에 남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반복되는 벽돌 형상으로 구성된 〈무제 (Untitled)〉(2025) 는 특정한 이미지나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명료하게 그려진 끊임없는 격자무늬 안에서 축적되는 행위의 밀도와 그로 인해 생기는 미세한 편차를 드러낸다. 그에게 회화는 시간, 노동 그리고 신체의 개입이 중첩된 물리적 상태로 존재하며, 표면에 남는 불규칙과 요철은 반복이 누적시키는 시간성과 작업의 과정을 환기한다. 이 지점에서 반복은 명상이나 성찰의 은유로 환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결과를 예측하지 않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관객은 화면 앞에서 끊임없이 거리를 조정하며 초점을 맞추고, 거대한 의미 해독보다는 머무름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김주리. 〈desert 07_BdCpAC〉, 2026. 벽돌 분, 세라믹 분, 재, 석탄, 혼합재료. 183 x 161 x 8 cm © Juree Kim. 사진: 전병철

김주리. 〈desert 07_BdCpAC〉, 2026. 벽돌 분, 세라믹 분, 재, 석탄, 혼합재료. 183 x 161 x 8 cm © Juree Kim. 사진: 전병철

타니구치의 작업이 관객의 몸과 시선을 조율하는 기준점으로 작동한다면, 이어지는 김주리의 작업은 물질과 신체 그리고 공간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호출한다. 작가는 젖음에서 응고로, 생성에서 퇴적으로 흘러가는 흙(earth) 의 변화를 주축에 두고, 주변 환경과 감응하며 유지되는 조각 〈모습 某濕_202602 (Wet Matter_202602)〉(2026)과 균열과 퇴적의 흔적을 평면에 응축한 회화 연작 〈desert〉를 선보인다. 작가에게 흙은 고정된 조형재료라기보다 시간과 조건 속에서 상태를 달리하는 물질이며, 그는 두 작업을 병치해 보임으로써 순환의 장면을 그려낸다. 〈모습 某濕_202602〉이 수분을 머금은 흙의 현재를 공간에 펼쳐 놓는다면, 〈desert〉는 인간의 흔적이 다시 물질로 돌아가며 형태를 바꾸는 순환의 장면으로 살핀다. 폐벽돌과 부서진 흙, 암석 등을 채집해 분해하고, 가루로 만들고, 켜켜이 쌓아 올리는 일련의 제작 과정은 생성 이후 잔해와 퇴적의 단계를 작업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방식이자 물질이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시간을 화면에 고정하는 절차로 작동한다.

임노식. 〈여주 - 풍경 49 (Yeoju - Landscape 49)〉, 2026. 캔버스에 유채. 250 x 205 cm. © Lim Nosik. 사진: 전병철

임노식. 〈여주 - 풍경 49 (Yeoju - Landscape 49)〉, 2026. 캔버스에 유채. 250 x 205 cm. © Lim Nosik. 사진: 전병철


주변 환경에서 비롯된 사건과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는 임노식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기류와 변화를 관계의 상태로 포착한다. 그는 대상을 그린 뒤 오일 파스텔로 투명한 층을 덧입히며, 지우기보다는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거리의 감각을 또 다른 국면으로 이동시킨다. 이전의 회화가 비교적 원경에 머물렀다면, 〈여주 - 풍경 49 (Yeoju - Landscape 49)〉(2026)에서는 한 발짝 다가선 위치가 감지된다. 화면 속 형상들은 서로 침투하고 밀어내며 불안정한 균형을 이루고, 경계는 흐려지면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은 채 작동하는 상태로 남는다. 대상이 서로 겹치고 스며들수록 화면에는 다가가거나 물러서는 시점의 문제를 넘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거리와 관계의 밀도가 형성된다. 부드러운 색면과 번짐 속에 잠복한 날카로운 긴장 앞에 관객은 한 번에 장면을 읽기보다는 끝없이 시점을 옮기며 화면 안팎을 더듬게 된다.


케이 이마즈. 〈화로와 난파 (Hearth and Wreck)〉, 2026. 캔버스에 유채. 200 x 135 cm. © Kei Imazu. 사진: 전병철

케이 이마즈. 〈화로와 난파 (Hearth and Wreck)〉, 2026. 캔버스에 유채. 200 x 135 cm. © Kei Imazu. 사진: 전병철

케이 이마즈는 신화와 민담의 도상, 역사적 이미지에서 건져 올린 파편들을 한 화면 위에 겹쳐 배치하며 서로 다른 시간과 서사가 공존하는 회화적 장을 구축한다. 전쟁의 잔해, 신화적 조각, 일상의 몸짓, 제도적 구조가 맞물리는 그의 회화는 역사를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침전된 시간의 상태로 드러낸다. 각각 다른 시간과 서사에서 건너온 형상들은 한 장면 안에서 충돌하기보다 서로를 지우지 않게 하는 완충의 거리 속에 놓인다. 반투명한 면 캔버스의 〈화로와 난파 (Hearth and Wreck)〉(2026)에서 이미지는 표면 아래로 가라앉고, 〈밟는 이, 그녀 (She Who Treads)〉 (2026)에서는 전면으로 떠오른다. 투명함과 불투명함, 침식과 고정, 방치와 관리의 결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의 회화는 무엇이 표면에 남고 또 무엇이 흐려지며 잊혀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고요하면서도 소란한 차이가 현재의 감각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주목한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 ‘지금’과 접속하는 순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작업 앞에서 관객은 익숙한 ‘선후’의 질서를 잠시 보류한 채, 봉합되지 않은 시간의 층위를 일정한 거리에서 다시 바라보게 된다.

메를로-퐁티가 말하듯, 지각은 대상을 마주한 뒤에야 덧붙여지는 결론이 아니라 세계 안에서의 삶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는 과정 이다. 즉, 우리는 바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그 안에 서서 ‘겪는’ 존재라는 것이다. 《거리의 윤리》는 그렇게 가까워진 세계로부터 잠시 물러서서, 감각이 다시 제 속도를 찾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제공, 사진: 전병철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제공, 사진: 전병철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