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 재단(Loewe Foundation)이 2026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최종 후보 30인을 발표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이번 공예상에는 133개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5,100여 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다. 심사위원단이 엄선한 최종 30점은 2026년 5월 13일부터 6월 14일까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Singapore)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 작가 6명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또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첫 공예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로에베 재단 회장 쉴라 로에베(Sheila Loewe)는 “2026년 최종 후보작들은 깊이 뿌리내린 전통이 혁신과 기술,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전시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것은 중요한 전환점에 있는 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30인에 선정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도자, 목공, 섬유, 유리,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균형과 불안정성, 긴장감을 각자의 언어로 표현한다. 지금 주목해야 할 여섯 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조수현(1978年生) 〈재구성된 시선 그릇 3C1L〉실리콘 청동, 구리 / 각 250 × 250 × 150mm / 2025
세 점으로 구성된 브론즈 연작은 서로 다른 두 몰드 세트를 조합해 완성했다. 형상 내부에는 성형된 구리 내벽을 삽입해 이중 레이어 구조를 만들고 표면은 화학적 산화 처리를 거쳐 빛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블랙 파티나를 입혔다. 관람자와 사물, 시간의 관계가 겹겹이 쌓이며 지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각적으로 실험한 작품이다.
이종인(1993年生) 〈배흘림〉호두나무 / 975 × 400 × 615mm / 2025
두 개의 호두나무를 조각해 만든 벤치는 상·하부의 결을 달리해 구조적 대비를 강조한다. 상부는 단일 블록을 깎아 나이테와 질감을 드러내고 하부는 수직 결을 세워 방향성과 긴장감을 부여했다. 작품의 출발점은 한국 전통 건축 기둥의 미세한 부풀음을 뜻하는 ‘배흘림’. 흐르는 나뭇결과 완만한 곡선이 신체와 공간을 유기적으로 잇는다.
이소명(1997年生) 〈물질의 연대기〉, 〈물질의 연대기 001〉, 〈물질의 연대기 002〉스팀 벤딩 오크 나무, 황토, 로프 및 혼합 재료 / 600 × 1100 × 550mm / 2025
가늘고 긴 오크 조각을 고온 증기로 구부려 탄성을 부여한 뒤, 엮고 묶어 완성한 네 다리 형상의 연작이다. 조각들이 결속되는 과정은 저항과 유연성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물리적 협상처럼 읽힌다. 재료가 축적되고 서로 기대며 구조를 이루는 장면을 통해 집단적 지지가 결국 강인함과 안정성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은유적으로 포착한다.
박지은(1980年生) 〈순환의 씨앗〉산화 스털링 실버, 리넨 실 / 153 × 153 × 254mm / 2025
수천 개의 스털링 실버 파편을 수작업으로 축적해 만든 조각은 밀도 높은 구조를 이루면서도 각 요소가 리넨 실로 연결돼 유연한 긴장을 유지한다. 반복되는 결합은 규칙과 변주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형태는 구조적 결속을 지킨 채 미세한 팽창과 수축의 움직임을 내포한다. 씨앗을 닮은 실루엣은 확장의 잠재력을 조용히 드러낸다.
박종진(1982年生) 〈착시의 층위〉도자기, 종이, 스테인, 유약 / 750 × 450 × 560mm / 2025
손으로 혼합한 안료로 색을 입힌 도자기 슬립을 종이 위에 코팅한 뒤, 이를 접고 포개어 압착해 직사각형 덩어리로 구축했다. 자연스러운 주름과 압축, 이동의 흔적이 표면에 고스란히 남고 건조 이후 1,280도의 산화 소성을 거치며 종이의 층위는 하나의 세라믹 몸체로 전환된다. 물질이 무너지고 재구성되는 경계와 통제, 그리고 붕괴 사이의 긴장을 집요하게 포착한 작업이다.
성코코(1979年生) 〈그림자 꼭두〉, 〈옵탁, Optak〉, 〈리베로, Liebero〉, 〈퍼필러브, Pupillove〉, 〈봉자, Bongja〉, 〈펍시, Pupsi〉점토, 래커, 컬러 철사, 비즈, 스와로브스키 스톤 / 다양한 크기 / 2025
철사와 실로 뼈대를 세워 점토로 신체를 구축한 뒤, 래커와 비즈 장식, 드로잉을 더해 반사와 장식성이 응축된 표면을 만든 직립 인물 연작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영혼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한국 전통 장례의 ‘꼭두’를 동시대의 조형적 언어로 재해석했다. 그림자 같은 부적으로 형상화된 존재들은 개성과 차이, 온기와 유머를 끌어안으며 상실을 ‘돌봄의 촉각’으로 전환한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펼쳐질 이번 전시는 재료와 기술, 그리고 전통을 바라보는 예술을 동시대의 시선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5월 13일부터 6월 14일까지 이어지는 2026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에서 최종 30인 작가들이 각자의 독창적 언어로 재해석한 균형과 긴장의 순간을 직접 마주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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