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한국적 미학과 현대적 감각의 결합으로 주목 받은 뮤지컬 '몽유도원'이 국립극장 공연을 마쳤다.
최인호 작가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수묵화 특유의 여백과 번짐을 현대적인 영상 기술로 재현해내며 "무대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LED 스크린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몽환적인 도원의 풍경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백제의 전설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설화의 재현을 넘어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이를 뛰어넘는 숭고한 사랑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점도 돋보였다. 거대한 바둑판으로 변모한 무대 위에서 흑과 백의 군무가 치밀하게 맞물리는 바둑 대국 장면은 역동적인 에너지와 절제된 미학이 공존하는 작품의 상징적인 명장면으로 각인됐다.
음악적 시도 또한 독보적이었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울림 위에 대금, 피리 등 국악 선율의 단아한 신비로움을 얹어 독창적인 사운드를 완성했다. 여기에 '목지의 옛 노래' '그대여' 등 주요 넘버에서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일렉 사운드는 인물들의 휘몰아치는 집착과 처절한 심경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대변했다. 이는 국악의 정적인 미학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고전 서사에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더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주역은 단연 배우들이었다. 왕 '여경' 역의 민우혁과 김주택은 사랑과 광기 사이에서 파멸해가는 고독한 권력자의 내면을 처절하고도 입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아랑' 역의 하윤주와 유리아는 신비로운 음색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캐릭터의 숭고한 신념을 소화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도미' 역의 이충주와 김성식 또한 폭발적인 가창력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서사의 무게감을 더하며 관객들을 압도했다.
무대의 에너지를 완성하는 앙상블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바둑 대국 장면에서 흑과 백의 역동적인 안무와 무대 장치가 맞물리며 명장면을 완성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계산된 군무는 대극장 무대를 빈틈없이 채우며 매회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전율을 선사했다.
국립극장에서의 여정을 마친 뮤지컬 '몽유도원'은 잠시 재정비를 거쳐 오는 4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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