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이주배경아동이 LH행복꿈터 우리마을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자와 함께 학습하고 있다. ⓒ초록우산
지역아동센터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아동들이 함께 이용한다. 이주배경아동과 관련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현상은 아동의 언어 지연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말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그 배경에는 정서와 가정 환경, 문화적 차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주배경아동 개인의 발달 문제가 아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회구조적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서적 위축으로 말을 회피하던 한 이주배경아동은 한국어가 서툴러 단문 중심으로 말하거나 교사의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 아이는 자신의 말이 틀릴까봐 두려워 질문하기를 꺼려했고, 놀이 활동 중에도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동이 좋아하는 보드게임, 블록놀이 활동에 언어 목표를 설정하고 감정카드, 사진카드를 통해 일상어와 감정어에 반복 노출시키는 등 환경을 변화시킨 결과 6개월 만에 스스로 말을 시작하고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크게 늘었다. 안정감을 통해 언어 지연이 뚜렷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또래와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문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워하며 울음부터 보였던 아이가 감정을 단계적으로 표현하는 의사소통 연습을 통해 한 달 만에 친구와의 갈등을 대화로 해소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아동은 학습 지시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숙제나 준비물을 자주 놓쳐 불성실하다는 오해를 받았으나 복습노트를 통해 기초 언어에 대한 반복 학습 결과 수업 준비와 참여가 눈에 띄게 향상되기도 했다.
이처럼 언어 지연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닌, 적절한 환경과 지원이 있을 때 변화 가능한 현상이지만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영유아기부터 학교 초기까지 연계되는 초기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린이집, 학교, 지역아동센터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체계적으로 이주배경아동의 언어 지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정 중심의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부모 대상 한국어 교육과 부모-자녀 언어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내 언어 노출을 높이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중언어 환경을 결핍이 아닌 강점으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아동센터와 지자체, 교육청, 전문 치료기관이 협력하는 통합 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면 정서·언어·학습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언어는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지원기관마다 놀이 기반 언어 교육과 또래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운영할 필요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언어치료와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공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 아이들이 틀릴까봐 두려워 침묵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의사소통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언어는 마음의 통로이다. 언어를 ‘능력’이 아닌 ‘권리’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되고 아동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표정이 쌓여 정서적 안정이 뒷받침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갈 것이다. 이주배경아동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게 따뜻한 공동체의 품 안에서 각자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우윤순 LH행복꿈터 우리마을 지역아동센터장. ⓒ초록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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