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입시지옥 '조선의 대학로'는 어떻게 출세의 거리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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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입시지옥 '조선의 대학로'는 어떻게 출세의 거리가 되었나

뉴스컬처 2026-02-20 14:27:35 신고

문학동네 신간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신간 =문학동네 제공

[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600년 전 대학의 모습은 어땠을까. “홍화문(돈화문)을 거쳐 배오개를 넘어서 반수의 동쪽과 서쪽 마을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기이한 산언덕으로 둘러싸였고, 숲에는 나무가 울창하였으며, 모래는 희고 땅은 깨끗하여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1762년 늦은 봄, 진사 유언협이 남긴 기록이다.

그는 이어 “그 사이에서는 마땅히 세상에 높이 설 만한 인물이 배출될 법하였다”고 적었다. 젊은 유생의 눈에 비친 이곳은 배움과 출세의 가능성이 응축된 공간이었다.

신간 <조선의 대학로> 는 오늘날 종로구 명륜동과 혜화동 일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지금은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지만 조선시대에는 ‘반촌(泮村)’이라 불린 조선 유일의 대학가였다. 저자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20여년간 축적해온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17세기 이후 성균관 안팎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당대 유일한 대학기관이자 최고 교육기관이던 성균관은 본래 진리를 탐구하던 목적을 벗어나 점차 고급 관료를 양성하는 관문으로 성격이 기울었다. 한양 도성과 성균관 주변 마을은 ‘교육을 숭상하는 구역’이라는 뜻의 ‘숭교방’으로 불렸다. 이름 자체에 국가의 존중과 우대 의지가 담겼다.

성균관이라는 명칭 또한 고려 후기 성균감에서 출발해 조선과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700년 넘게 유지된 국립대학의 이름이다. 중국에서도 잠시 사용됐을 뿐 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호칭이었으며 상징성만큼이나 위상도 높았다.

 표지 이미지=문학동네 제공
표지 이미지=문학동네 제공

입학의 경쟁은 치열했다. 생원시와 진사시를 통과해야만 입학할 수 있었고 평균 합격 연령은 30대 초반이었다.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됐지만 목표는 3년에 한 번 33명을 선발하는 문과 급제였다. 성균관 생활은 과거 급제를 위한 관문이 되었고 오늘날의 고시촌이나 대치동 학원가와 다를 바 없었다.

책은 성균관을 둘러싼 반촌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 공노비 출신의 반인들은 성균관의 잡무를 맡는 동시에 푸줏간 운영, 과거시험 중개, 의료와 건물 관리까지 담당했다. 반촌은 군졸과 의금부의 출입이 제한된 특수 구역이었고 부역과 군역이 면제되는 대신 거주 이전의 제약을 안았다. 국가가 현방의 독점권을 부여한 배경에 대해 저자는 “금지할 수 없는 상품을 금지하고서 특정 집단에 독점권을 주면 이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소 도축과 판매에서 발생한 수익은 성균관 재정의 버팀목이었다.

'반주인'은 오늘날 대학가의 하숙집 주인을 떠올리게 한다. 숙식은 물론 의복과 물품 조달까지 책임졌고 '꼬리곰탕'과 ‘추두부탕’은 명물로 자리 잡았다. 유생들은 오늘날의 동아리 활동도 했다. 시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함께 급제한 이들은 ‘동방 인연’으로 이어졌다. 반촌은 학문과 출세, 상업과 일상이 교차한 공간이었다.

1519년 대사성이 심었다는 대학로 은행나무는 “뿌리가 깊으면 가지와 잎이 반드시 무성해진다”는 뜻을 품고 500년을 버텨왔다. 지형은 바꼈지만 나무는 반촌의 시간을 증언한다.  <조선의 대학로> 는 성균관 중심의 대학가를 통해 조선 사회의 구조를 재해석한다. 이상과 현실, 학문과 욕망, 신분과 자본이 뒤얽힌 600년 전 대학의 풍경은 오늘의 대학로를 걷는 발걸음에 새로운 시간이 교차하는 즐거운 문화사적 탐구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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