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AI 거품론의 향방, '사스포칼립스' 넘어 스케일링혁명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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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AI 거품론의 향방, '사스포칼립스' 넘어 스케일링혁명으로 가나

비즈니스플러스 2026-02-19 08:24:31 신고

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최근 미국 증시는 AI(인공지능) 거품론이 정점을 통과했는지를 둘러싸고 정중동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단어 하나가 시장의 긴장도를 끌어올렸다. 바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다.

사스포칼립스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와 Apocalypse(종말)의 합성어로,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대규모 붕괴 혹은 산업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최근 미국과 글로벌 증시에서 실제로 나타난 소프트웨어 주식 급락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표현이다.

소프트웨어 ETF(상장지수펀드)와 주요 SaaS 종목들이 일시적으로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고, 일부 기업은 고점 대비 30~40% 조정을 받았다. 아직 실적 붕괴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가능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AI 기반 자동화가 전통적인 사용자당 라이선스 중심의 구독 모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촉발됐다.

특히 앤트로픽의 CEO(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의 발언은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는 AI 모델이 향후 6~12개월 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AI가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소프트웨어 개발 자체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AI가 코딩을 자동화해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작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렸다. 법률 문서 자동화 뉴스가 전해지자 법률 관련 기업이, AI 투자 자문 가능성이 제기되자 자산운용사가, 화물량 예측 고도화 소식이 나오자 물류 중개업체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AI 열풍은 오랫동안 거품론과 함께 움직여 왔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단순한 거품 논쟁을 넘어, AI 확산이 가져올 구조적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인프라 제공 기업은 수혜주로 분류되는 반면, 노동 집약적이거나 중간 기능에 의존한 기업들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것이 이른바 '대분기'(The Great Realignment)라는 이야기다. 

◇위험한 '중간자'의 위치, 로빈슨과 페덱스 주가 흐름에서 '대분기'(大分岐) 가능성 대두 

그렇다면 AI 확대로 관련 기업들은 모두 피해를 볼 것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미국 시장에서는 같은 물류기업인 페덱스와 C.H. 로빈슨 월드와이드(C.H. Robinson Worldwide)의 주가를 비교하면 시장에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빈슨 월드와이드는 전통적인 포워딩(물류중개) 강자로, 최근 6개월간 주가가 46% 이상 급등하면서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2026년 영업이익 목표를 상향하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점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한번 사스포칼립스가 휩쓸었던 지난 12일 14.54% 하루 급락한 167.78달러를 기록한 뒤 4거래일만에 낙폭을 절반 정도 회복했다. 주가가 한차례 충격을 받은 다음 회복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페덱스는 12일에도 건재했고 계속 연중 최고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C.H. 로빈슨 월드와이드(파랑, 오른쪽)-페덱스(빨강, 왼쪽) 주가 추이(달러)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AI 관련 소프트웨어주에 속하는 로빈슨과 물류 서비스 기업인 페덱스의 주가 흐름이 이처럼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덱스는 전통적인 물류 서비스 기업이며, AI 소프트웨어 기업들과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페덱스는 항공기·트럭·물류 허브 등 실제 물류 인프라를 갖고 있어 소프트웨어 자동화만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페덱스에게 AI는 실제 운송 네트워크와 결합해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수단이지 대체재는 아닌 것이다.  

두 회사의 주가를 비교해보면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중개 기업에 비해 AI 확산의 타격을 덜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간 다리 역할만 하는 사업 스타일이 AI에 가장 먼저 잡아먹힐 것이라는 냉혹한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AI 업계는 사스포칼립스를 넘어 더 거대한 '스케일링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수함수적 성장의 한계를 언급해 주목받았다.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고갈되고, 컴퓨팅 비용과 전력 공급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성장의 멈춤을 뜻하지는 않는다. 아모데이는 성장의 패러다임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공개된 오픈AI의 'o1'(오원) 모델처럼, AI가 답변 전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하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다리오 아모데이의 예언: '학습'을 넘어 '추론'의 시대로

다리오 아모데이는 그동안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곧 대체할 것이라 주장해 왔는데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지수함수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를 해서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AI는 더 많은 데이터와 더 거대한 컴퓨팅 자원(GPU)을 투입하면 성능이 지수함수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모데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제약을 언급했다.

먼저 모델을 학습시킬 양질의 텍스트 데이터가 바닥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점차 수십억달러(수조원) 단위로 올라가면서,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데이터 센터를 돌릴 충분한 전력 공급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정 성장을 의미하는 지수함수가 끝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모데이가 "성장이 멈췄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니다. 그는 대신 성장의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까지는 '학습' 단계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다면, 이제는 '추론' 단계에서 AI가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순한 답변 생성을 넘어, AI가 스스로 도구를 사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급성장 중이라는 게 아모데이의 결론이다.  

결국 최근 인터뷰에서 아모데이가 언급한 '지수함수의 끝'은 AI의 발전이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모데이는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완전히 모사하거나 뛰어넘는 최종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지수함수의 끝'이라는 표현은 곧 '인공 일반 지능'(AGI)이 완성되는 지점에 다다랐다는 뜻이며, 이에 대비한 안전 장치와 사회적 준비가 매우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아모데이의 생각은 그가 AI 업계의 유력 팟캐스터 드와르케시 파텔과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는데 그는 그 자리에서 '생각의 비용'이 0에 수렴하는 경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변호사, 회계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 명을 고용하는 데 큰 비용이 들었지만, 에이전트는 전기세 정도의 비용으로 24시간 투입 가능해지고 이 때문에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예: 10~20% 이상)이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아모데이는 또 수백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서로 협력하며 거대한 조직처럼 움직이는 상황을 "가상 천재들의 국가"(A Country of Virtual Geniuses)로 규정하고 수천 명의 AI 박사급 에이전트가 동시에 신약 개발, 신소재 설계, 에너지 혁신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이 10년 걸릴 연구를 AI 에이전트 군단은 단 몇 주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제조 공정(API 연결)을 제어하기 시작하면, 제조업과 건설업 등 실물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예언한다.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물리적 공간을 확보한 페덱스의 장점도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디지털자산 옹호론자인 캐시 우드가 또 한 번 비트코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신이 디플레이션 시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이목이 집중됐다.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를 이끌고 있는 캐시 우드 CEO는 지난 11일 '더 폼프 팟캐스트' 진행자인 앤서니 폼플리아노와의 대화에서 "비트코인은 단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이 아니라, 기술 가속이 만들어내는 디플레이션이라는 더 파괴적인 것에 대한 헤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주식의 부진을 언급하면서 "비트코인은 그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캐시 우드의 언급은 결국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정도로 AI로 인한 생산성 혁신을 강조한 셈인데 이는 결국 아모데이가 주장하고 있는 10% 이상의 고도성장과 뭔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닷컴 버블이 그러했듯, 혁명의 시대는 항상 화려한 폭죽과 비명 섞인 거품 붕괴의 소리가 교차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AI 태풍은 실체 없는 신기루가 아니다. 지적 노동의 비용이 0에 수렴하고 비즈니스의 '중간 지대'가 소멸하는 거대한 문명사적 재편의 서막일 수 있다. 

이제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론이나 맹목적인 공포가 아니다. AI라는 날카로운 칼날이 내가 보유한 자산의 '뿌리'를 자르고 있는지, 아니면 그 등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차갑고도 정교한 분석력이다. 대분기의 파도는 이미 시작됐고, 준비되지 않은 자들에게 사스포칼립스는 공포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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