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KB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시가총액 60조원을 넘어서는 동시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했다. 증시 강세 속 순환매가 이어지며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혀왔던 은행주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바탕으로 은행주는 ‘1등 배당주’로도 떠올랐다. 은행주 랠리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환율 흐름,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연휴 이후 은행주 주가를 가를 핵심 변수다.
◇저평가 탈출 신호탄 쏜 KB…다음 타자는 누구?
KB금융은 지난 11일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시가총액 6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000원(5.79%) 오른 16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1조3339억원이다. PBR은 1배를 달성했다.
KB금융의 PBR 1배 돌파는 은행주 전반에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0.4~0.6배 수준의 낮은 PBR에 머물며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최초로 ‘1배의 벽’이 무너지면서 다른 금융지주에 대한 재평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신한금융지주(0.88배), 하나금융지주(0.79배), 우리금융지주(0.81배) 등도 1배 달성을 눈앞에 뒀다.
◇주주환원 동력 ‘실적’…통화정책 방향이 ‘변수’
은행주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 이후 상승 흐름은 더욱 가팔라졌다. 실적보다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신뢰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설 연휴 이후에는 주가를 끌어올렸던 환원 기대보다, 금리와 환율, 수급 등 거시 환경 변화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연휴 이후 은행주 주가를 좌우할 첫 번째 변수는 기준금리다.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와 환율,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시장은 실제 동결 여부보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에 직결되는 변수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수록 대출금리 하방 압력은 확대되고, 은행의 이자수익 증가 속도는 둔화된다. 국내 가계·기업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비교적 빠르게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주가 상승 1등 공신 외국인…은행주 주가 직접 변수
두 번째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는 은행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은행주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대표 업종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주가 방향이 좌우되는 구조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외국인은 4대 금융지주 주식을 51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환원 집행 규모가 확정된 상황에서, 은행주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은 외국인 수급이다.
분기 배당이 일단락된 이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은행주 주가는 단기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외국인 수급은 은행의 외화 조달 여건과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 은행 전반에 적용되는 리스크 프리미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중요한 변수다.
◇원·달러 환율 동향 주목…외국인 수급 영향력 커
마지막 변수는 환율이다. 다만 환율은 은행주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외국인 수급을 좌우하는 간접 변수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금융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은행주 변동성도 함께 커지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안정 흐름을 유지할 경우 외국인 투자 환경은 개선된다. 최근 은행주 랠리 역시 환율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며 외국인 수급이 회복된 흐름과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환율 안정 여부는 외국인 매수의 전제 조건인 셈이다.
설 연휴 이후 은행주는 ‘환원 기대 구간’을 지나 ‘환원 이후 구간’으로 진입한다. 연초부터 연휴 직전까지 랠리를 이끈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은 이미 시장 기대 수준까지 집행이 완료됐다. 연휴 이후 주가 향방은 기준금리 향방·외국인 수급·환율이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실적 발표 이후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요인이 발생해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잊고 있던 은행주의 매력이 재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주가 급등으로 멀티플(배수)이 부담스러워진 다른 영역과 달리 현 은행 평균 PBR은 0.69배에 불과해 은행주 랠리 현상은 계속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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