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바드랏이 직조한 놀라운 텍스타일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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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바드랏이 직조한 놀라운 텍스타일 포레스트

엘르 2026-01-15 00:00:00 신고

코펜하겐의 크바드랏 쇼룸에 들어서자 나뭇가지와 패브릭으로 만든 도시 근교 숲속에 있는 듯한 몰입형 공간이 펼쳐진다. 방문자가 패브릭으로 이뤄진 ‘텍스타일 포레스트’를 자유롭게 거닐며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 자연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타블루(Tableau)와 손잡고 크바드랏(Kvadrat)이 새로운 텍스타일 컬렉션을 선보였다. 코펜하겐의 현대미술 박람회 ‘차트 2025(Chart 2025)’에 맞춰 공개된 컬렉션 ‘In Nature We Trust’는 북유럽의 숲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형태와 색감에서 출발한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2013년부터 크바드랏과 협업을 이어오며, 세계 최초로 100% 해양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인테리어 텍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등 혁신적인 작품을 창작해 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그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숲을 연상시키는 설치미술 작업과 함께 타블루는 환상적인 테이블 아트도 연출했다. 독창적인 플로럴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아티스트에서 패션과 예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몰입형 공간을 창조하는 ‘멀티 디스플리너리’ 스튜디오로 성장한 타블루는 거대한 나뭇가지와 의자뿐 아니라 테이블 위의 화병, 과일 접시까지 모든 오브제를 패브릭으로 감싸 예술적인 풍경을 완성했다. 섬세한 나무껍질 같은 결로 완성된 텍스타일은 딥 블루에서 올리브 그린, 따뜻한 오렌지, 라일락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톤 온 톤 팔레트로 시각적 풍요로움을 자아낸다. 코펜하겐에서 만난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줄리어스 타블루와 나눈 이야기.



PATRICIA URQUIOLA

크바드랏 코펜하겐 쇼룸에서 펼쳐진 ‘In Nature We Trust’ 프레젠테이션 전경. 숲에서 채집한 나뭇가지를 패브릭으로 감싸 거대한 패브릭 숲을 만들었다.

크바드랏 코펜하겐 쇼룸에서 펼쳐진 ‘In Nature We Trust’ 프레젠테이션 전경. 숲에서 채집한 나뭇가지를 패브릭으로 감싸 거대한 패브릭 숲을 만들었다.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런치와 디너 행사에 쓰인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다양한 집기를 모두 패브릭으로 감쌌다.

런치와 디너 행사에 쓰인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다양한 집기를 모두 패브릭으로 감쌌다.


‘In Nature We Trust’는 직물을 하나의 섬유로 이뤄진 숲처럼 변주한 텍스타일입니다. 자연이 컬렉션의 소재와 질감, 색채에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주나요

저는 이번 컬렉션이 다양한 모습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어요. 각각의 패브릭을 영감을 준 자연의 모습과 함께 소개했어요. 숲속에서 볼 법한 바위나 돌 위에 자연스럽게 쌓인 얇은 이끼처럼 미세한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습을 패브릭에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죠. 돌이 반복적으로 쌓이며 형성되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트위드 같은 무드로, 하지만 전통적 트위드는 아닌 패브릭으로 표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여기에 대담한 컬러와 보석 같은 색감이 어우러진 팔레트를 구성해 컬러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자연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나요?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해 준다면

방금 자연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컬러들에 대해 이야기했죠. 자연은 단순한 형태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우리 스튜디오의 리서치 팀은 그런 점에 주목해 자연에 숨은 이야기와 감각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요. 이번 컬렉션의 영감이 된 폭포나 계곡 사진을 보면 물과 돌, 나무가 서로 이어져 있어요. 마치 선이 그려지는 방식처럼요. 그걸 3D 프린트로 표현하는데, 어느 순간 기계가 긴장한 것처럼 엉켜버렸어요. 팀원 중 한 사람이 기기를 멈추거나 초기화하지 말고 그냥 두자고 제안했죠. 그렇게 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탄생했습니다. 전 항상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팀원에게 강조해요. 자연과 풍경, 즉 ‘페이자주(Paysage)’라는 개념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때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어떤 순간엔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는 풍경은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해요.


자연과 문화를 구분하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둘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을 때 완전해져요. 자연은 인간과 문화가 분리돼 존재하는 대조물이 아니에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가는 거죠. 한 마디로 자연은 단절이 아닌 연속체입니다. 패치워크처럼 따로따로 이어 붙인 것이 아니란 말이죠. 이런 관점으로 생각하면 자연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자연을 신뢰한다는 건 결국 자신을 신뢰하는 일이기도 해요. 자연이 사라진 듯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불러올 수 있어요. 패턴으로, 아이디어로, 소재의 레이어와 색감으로 말이죠.


이번 컬렉션에 포함된 컬러 팔레트와 그에 영감을 준 다양한 컬러 레이어가 돋보이는 스톤.

이번 컬렉션에 포함된 컬러 팔레트와 그에 영감을 준 다양한 컬러 레이어가 돋보이는 스톤.


설치미술 작업을 맡은 스튜디오 타블루의 아트 디렉터 줄리어스 이버슨.

설치미술 작업을 맡은 스튜디오 타블루의 아트 디렉터 줄리어스 이버슨.


패브릭을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나뭇가지에 접착제 없이 감싸야 했기에 더욱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던 설치미술 작업

패브릭을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나뭇가지에 접착제 없이 감싸야 했기에 더욱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던 설치미술 작업


줄리어스와 열 명의 팀원들은 지난여름 내내 숲에서 나뭇가지를 채집하고 패브릭으로 감는 작업을 이어왔다.

줄리어스와 열 명의 팀원들은 지난여름 내내 숲에서 나뭇가지를 채집하고 패브릭으로 감는 작업을 이어왔다.


완벽한 패브릭 숲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가구들 역시 옷을 입었다.

완벽한 패브릭 숲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가구들 역시 옷을 입었다.


2013년부터 크바드랏과 작업해 왔습니다.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우리의 협업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훨씬 전부터 제 프로젝트에 크바드랏 패브릭을 사용했어요. 크바드랏과 함께 단순한 직조 기술뿐 아니라 이제는 완벽하게 부조(Bas-Relief) 효과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어요. 섬세하게 재료와 형태를 함께 탐구하는 접근방식이 인상적이죠.


디자인으로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을 탐구해 왔습니다. 섬유는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패브릭이 가진 본연의 부드러움이 있어요. 가장 자연스러운 소재죠. 특히 패브릭의 섬세한 터치와 유연함은 사람과 닮았어요. 자연에서 영감받은 모티프를 섬유로 표현하면서 그 본질에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치미술 작업에서 예상치 못한 도전이나 발견이 있었을까요? 디자인 과정이나 사람들이 작품에 반응하는 방식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번 컬렉션에 선보인 여러 겹의 레이어로 만든 패브릭을 개발하는 데 꽤 많은 시간과 테크닉이 소요됐어요. 가장 윗부분은 울로 만들었지만 뒷부분은 잔여 원사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구성하자고 제안했죠.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테크닉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소재는 여러 겹의 층을 이루며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완성됐어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이용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느껴지더군요. 세계 최초로 100% 해양 유입 플라스틱으로 만든 패브릭을 디자인하기도 했죠

우리가 자연에서 돌을 바라보듯 플라스틱 같은 폐기물도 우리 손을 거쳐 다시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훨씬 더 자연스러운 접근방식이죠. 재료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돌려 쓰고,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니까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것은 연결돼 있어요. 예전에는 하나의 경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연구와 소재, 색을 다루는 방식까지 고려하면 각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어요.



JULIUS VÆRNES IVERSEN

플라워 아트에서 시작한 타블루(Tableau)는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번 몰입형 숲을 디자인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플라워 부케는 단순한 장식 요소라기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디자인의 일환으로 봐요. 자연에서 영감받은 이번 협업은 저에게도 특별했어요. 컬렉션의 타이틀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영감에서 나왔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설치미술 작업을 구상했어요. 저에게 자연은 슬플 때나 고요함이 필요할 때 거닐며 느끼는 감정 그 자체예요. 마음이 머무는 장소이기에 일종의 ‘포레스트 배싱(Forest Bathing)’이라 할 수 있어요. 이번 설치미술 작품은 그런 자연 속의 평온함을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숲속에 있는 듯 잔잔한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텍스타일 컬렉션의 세계로 초대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죠.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패브릭 컬렉션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저는 항상 자연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에 이번 컬렉션은 그 어느 때보다 제 작업의 심연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텍스타일 컬렉션과 디자인이 이전 작업의 ‘흠결(Flaw)’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냈다는 점이에요. 과거에는 완벽하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이번 작업에선 새로운 형태로 태어납니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제작되지 못했던 요소들이 이번 컬렉션에선 텍스타일의 각인(Imprint)으로 남은 거죠.


마치 나무들이 패브릭의 품에 안긴 듯해요. 치유와 보살핌처럼 느껴지고, 자연이 돌봄을 받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요. 이번 설치미술은 상처를 감싸 치유하는 붕대를 연상하도록 의도했어요.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지닌 존재예요. 저는 그 힘을 믿어요. 어쩌면 나에게 자연은 사람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몰라요. 이런 생각들이 모여 결과물로 완성된 거예요. 한 달 동안 열 명의 팀원과 함께 나뭇가지를 감고, 숲으로 들어가 가지를 수집하는 작업을 반복했어요. 모두 땅에 자연적으로 떨어진 것들이었고, 우리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베지 않았습니다. 너무 썩지도, 너무 신선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의 컨디션의 가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죠. 모든 나뭇가지는 제가 직접 골랐는데 숲속에서 나뭇가지가 저에게 말을 거는 듯한 순간이 있었어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순간 ‘이 가지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번 협업은 텍스타일 디자인과 공간적 스토리텔링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자연의 본질을 물리적 공간으로 옮기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어떤 접착제나 못을 사용하지 않고 설치했어요. 오직 나무와 텍스타일로 완성된 작품이죠. 가장 큰 나뭇가지는 천장에 와이어로 매달았기 때문에 전체 구조로 보면 균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각 요소들이 서로를 지탱하고, 균형을 이루며, 함께 존재한다는 거죠. 이건 제 철학이기도 합니다. 사람들도 그렇게 서로를 지탱하고,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어요.


이번 작업에서 예기치 못한 챌린지나 발견이 있었다면

심플해 보이지만 사실 이 작업에는 많은 프로세스가 있었어요. 가장 큰 도전은 우리가 원하는 나뭇가지를 원하는 만큼 찾는 일이었죠. 덴마크는 비가 자주 내려 습기가 많기 때문에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의 대부분은 썩었거나 너무 젖어 있었어요. 적당한 건조 상태의 나뭇가지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죠. 물론 나무를 베어낸다면 훨씬 쉬웠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게다가 이번 설치미술 작업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어떤 나뭇가지들은 운반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단계의 도전은 모든 가지를 하나하나 감싸는 작업이었어요. 열 명이라는 인원이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만들어낸, 끝없는 인내심과 섬세한 손끝에서 나온 작업이에요. 개인적으로 ADHD 증상을 앓고 있어 같은 작업을 한 달 내내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증상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에게도 치유와 회복을 가져다준 거죠.



THE WOVEN HARMONY

예술과 건축이 씨실과 날실처럼 직조된 통합적 공간. 크바드랏 본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에벨토프트에 있는 크바드랏 본사에 신설된 건축물, 더 트리플 폴리.

에벨토프트에 있는 크바드랏 본사에 신설된 건축물, 더 트리플 폴리.


스위스 아티스트 로만 시그너(Roman Signer)의 설치미술 작품인 ‘하우스(House)’는 뒤집어진 박공지붕 형태라 비가 오면 작은 물웅덩이가 생긴다.

스위스 아티스트 로만 시그너(Roman Signer)의 설치미술 작품인 ‘하우스(House)’는 뒤집어진 박공지붕 형태라 비가 오면 작은 물웅덩이가 생긴다.


크바드랏 본사의 패브릭 디자인 스튜디오 전경. 밖으로는 아름다운 에벨토프트의 자연과 랜드 아트가 펼쳐진다.

크바드랏 본사의 패브릭 디자인 스튜디오 전경. 밖으로는 아름다운 에벨토프트의 자연과 랜드 아트가 펼쳐진다.


덴마크 에벨토프트(Ebeltoft)에 있는 크바드랏(Kvadrat) 본사. 매일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패브릭이 이곳에서 전 세계로 향한다. 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인 텍스타일 브랜드로 자리한 크바드랏은 개인 공간에서 공공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현대적 텍스타일과 이를 둘러싼 문화적 맥락을 제시하며 디자인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본사 건물은 주변 자연 환경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설계됐고, 다양한 크바드랏의 패브릭들이 벽과 가구에 이용됐다. 2022년에 이뤄진 본사 레너베이션은 단순한 공간의 재구성이 아니라 건축과 예술이 교차하며 하나의 미학을 이루게 하는 시도였다. 조각적 감각이 돋보이는 오피스와 컨퍼런스 공간, 이전부터 존재했던 다양한 랜드 아트, 최근에 추가된 ‘더 트리플 폴리(The Triple Folly)’는 크바트랏 본사의 핵심이다. 더 트리플 폴리는 19세기 리처드 와그너(Richard Wagner)가 “아트와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섞이고 보완된 총체적인 아트로 만들자”고 주창했던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 개념과 맞닿아 있다. 크바드랏 CEO 안데스 비리엘(Anders Byriel)에게 프로젝트는 협업을 넘어 크바드랏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비전과 신뢰, 예술적 파트너십으로 다가왔다. 크바드랏과 협업한 경험이 있는 토마스 디맨드(Thomas Demand)가 본사 건축에 참여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에벨토프트의 아름다운 해안을 굽어보는 완만한 언덕 위에 세 채가 연결된 더 트리플 폴리는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법률 용지와 종이 접시 그리고 미국 패스트푸드 직원의 종이 모자였다. 토마스 디맨드가 제안한 이 세 가지 오브제에 건축가 카루소 세인트 존(Caruso St. John)은 ‘이걸 건축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Your Glacial Expectations’은 에벨토프트의 푸른 하늘을 호수처럼 비춰낸다.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Your Glacial Expectations’은 에벨토프트의 푸른 하늘을 호수처럼 비춰낸다.


본사 입구 공간은 디자이너 세빌 피치가 자연과 빛, 패브릭이 균형을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본사 입구 공간은 디자이너 세빌 피치가 자연과 빛, 패브릭이 균형을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이 질문은 곧바로 예술과 건축의 협업으로 확장됐다. 토마스 디맨드와 카루소 세인트 존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마감재, 가구, 조명, 작은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공간의 모든 디테일을 함께 구상하며 ‘총체 예술'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독일 아티스트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 ‘예스 벗(Yes But)’이 시선을 압도한다. 두꺼운 울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청각적 편안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간에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2006년 본사 전시를 위해 수집된 이 작품을 완벽하게 보관하기 위해 ‘모자’ 형태의 볼륨을 설계했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건축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완성하기에 이른다. 토마스 디맨드는 이 프로젝트를 브랜드의 본질인 ‘텍스타일’에서 출발했다. 천막(Tent)에서 영감을 받아 그 역사와 상징을 탐구했는데, 천막이란 단순한 피난처를 넘어 축제의 무대, 공동체의 상징, 권력자의 임시 궁전이기도 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처럼 더 트리플 폴리는 일시적 구조물의 시적 가능성을 현대건축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물인 셈이다. 세 가지 조형적 볼륨은 모두 종이의 질감과 빛의 움직임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반투명 유리섬유로 제작된 ‘법률 용지’는 노란빛과 검은 줄무늬가 스며든 회의 공간으로, 모자는 라운지로, 종이 접시 형태의 볼륨은 얇은 기둥 위에 가볍게 떠 있는 구조로 주방과 다이닝 룸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형태는 밖에서 독립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과 건축의 대화를 자유롭게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Your Glacial Expectation’(2017), 로만 시그너(Roman Signer)의 ‘The House’ 등 적재적소에 자리한 아트워크와 함께 더 트리플 폴리는 크바드랏이 이곳에 직조해 온 풍경에 새로운 레이어를 덧붙이고 있다. 패브릭이 건축으로, 건축이 예술로 확장되는 순간의 기록. 크바드랏이 긴 세월 동안 전승해 온 현대 디자인의 서사는 그들의 공간에서 오롯이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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