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가라바니 & 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의 공간 PM23에서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Venus’ 전시는 발렌티노의 패션 유산을 예술의 언어로 확장합니다.
로마에 ‘비너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됩니다. 이번 비너스는 대리석 조각도, 고대 신전도 아닌 쿠튀르 드레스와 크로셰 그리고 수백 명의 손끝으로 완성됐죠. 전시 〈VENUS : 조아나 바스콘셀로스의 시선으로 본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오는 18일 로마의 전시 공간 ‘PM23’에서 공개됩니다.
이번 전시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의 디자인 세계를 포르투갈 출신 현대미술가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의 언어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입니다. 패션 아카이브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한 발짝 물러나 ‘패션을 예술의 재료로 삼는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죠.
전시가 진행되는 PM23은 발렌티노 가라바니 & 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의 공간으로 지난해 첫 전시였던 ‘Orizzonti/Rosso’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것이죠. ‘Orizzonti/Rosso’ 전시가 ‘레드’라는 색을 매개로 패션과 미술을 나란히 보여줬다면, ‘VENUS’ 전시는 드레스와 조형물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를 비추고 확장하며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갑니다.
총 1,000㎡가 넘는 전시장에는 바스콘셀로스의 설치 작품 12점과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쿠튀르 33점이 함께 배치됐는데요. 패션 전시 기획의 베테랑 파멜라 골빈이 큐레이션을 맡아 실루엣과 질감 그리고 장인정신이라는 공통 언어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전시의 상징은 단연 ‘발키리 비너스(Valkyrie Venus)’입니다. 노르드 신화 속 여성 전사의 이름에서 착안한 이 대형 설치 작품은 공간에 맞춰 새롭게 구상됐으며, 여덟 벌의 발렌티노 드레스가 팔처럼 펼쳐진 형태로 완성됐습니다. 다양한 패턴과 곡선 실루엣이 돋보이는 크로셰 장식은 천장을 비롯한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데요. 이는 오늘날 여성 정체성의 다층적인 모습을 은유합니다. 또한 설치 작품은 발렌티노의 컬렉션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컬렉션이 하나의 독립된 피스들이 아닌 조형물의 일부로 기능하게 합니다.
바스콘셀로스는 “패션에서 출발한 직접적인 영감이 조형물이라는 더 큰 작업으로 확장된다”라고 해당 작품을 설명하며 “출발점은 패션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예술 작품으로 귀결된다”고 말했죠.
전시의 큐레이션을 맡은 골빈은 바스콘셀로스의 맞춤 제작 조형물에 대해 “길이 14미터에 달하는 조형물로, 양쪽에 촉수처럼 뻗은 구조가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촉수에 사용된 모든 코바늘 장식이 로마의 9개 단체와 함께한 총 756시간의 워크숍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참여자들에게 개인적인 기쁨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예술 작품 안에서 그 결과를 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죠.
흥미로운 점은 이 전시가 PM23 재단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작품은 로마 시내 곳곳에 설치돼 전시는 도시 전체로 확장됩니다. 관광객과 로컬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장면은 ‘전시는 건물 안에서만 완성된다’는 통념을 자연스럽게 뒤집습니다.
조아나 바스콘셀로스의 시선으로 기획된 발렌티노 전시 ‘VENUS’는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유산을 과거로 고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패션과 예술을 접목 새로운 언어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죠. 발렌티노의 쿠튀르 컬렉션 피스는 바스콘셀로스의 구조물이 되고 구조물은 다시 컬렉션 피스의 디테일을 강조합니다. 로마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 대화는 패션과 예술이 만날 때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