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전문몰’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의류를 주력으로 성장해 온 패션 플랫폼은 푸드로, 신선식품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은 패션과 뷰티로 영역을 넓히며 서로의 핵심 사업 영역을 넘나드는 가운데 경쟁의 축이 카테고리 중심에서 생활 소비 전반으로 이동하는 등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중이다.
13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푸드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핵심 이용층인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의류 구매 흐름에 식품 소비가 함께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같은 여성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 역시 지난해 11월 기준 빵·케이크 등 디저트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1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다이어트 식품과 식단 관리 제품을 주요 성장 품목으로 지목하며 계절적 요인에 따른 변동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거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 행태와 플랫폼 구조의 결합이 작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소비 특성과 SNS를 통한 바이럴 상품 노출이 맞물리면서 패션 플랫폼이 강점을 가진 숏폼 중심의 콘텐츠 노출 방식이 식품 카테고리와 결합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식품은 의류에 비해 단가가 낮고 구매 의사결정이 비교적 빠른 품목으로 소비자가 배송비를 맞추거나 소액 구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선택되기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접속 빈도를 높이고 앱 내 체류 시간을 늘리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푸드 카테고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거래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패션을 중심으로 앱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뷰티와 식품 등 인접 카테고리까지 함께 소비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중심 플랫폼 역시 카테고리 확장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컬리는 뷰티·패션 MD와 마케팅 등 관련 직무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인력을 채용하며 카테고리 확장을 가속화 중이다. ‘뷰티컬리’의 안착을 바탕으로 패션까지 영역을 넓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쿠팡 역시 럭셔리 뷰티 등 고마진 상품군 비중을 확대하며 기존 전문몰들이 점유하던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발점은 달랐지만 주요 플랫폼들이 서로의 영역으로 이동하며 경쟁선이 겹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의 카테고리 확장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올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조사와 브랜드에 새로운 판매 채널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지만,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거래와 데이터가 일부 플랫폼에 집중되며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취급 상품군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기존 강점이었던 전문성과 차별성이 약화될 가능성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카테고리 확장 자체보다 확장 이후에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플랫폼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패션과 식품을 가르던 경계는 흐려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플랫폼이 선택받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헤게모니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정 카테고리에서 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지속 성장을 위해 영토 확장을 가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간의 영역을 뺏는 시도는 충분히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외연 확장 과정에서 플랫폼 고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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