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가려진 코오롱家 4세, 첫 지분매입에도 승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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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가려진 코오롱家 4세, 첫 지분매입에도 승계 '안갯속'

르데스크 2025-12-05 11:20: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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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이 처음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걸 두고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0% 황태자'로 불리던 그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지분 매입이 승계보단 경영참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코오롱그룹 주력 계열사가 수익성 악화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만큼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의 부진 속에서 이 부회장은 아직까지 '경영능력 입증'이라는 부친의 숙제를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기 위한 전제 조건인 경영적 성과를 이뤄내지 않는 한 코오롱그룹 4세 시대 개막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사 아닌 계열사 지분 매입…경영승계 포석보단 '책임경영' 상징적 행보 무게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 고(故) 이원만 명예회장의 증손자이자 3세인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12년 코오롱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10여년 만인 2023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현재 코오롱 대표이사(전략부문)로서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동안 요직을 두루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지만 정작 계열사 지분은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아 '0% 후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런 그가 지난달 말 처음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각각 2441주(0.01%), 1만518주(0.05%)로 총 매입 금액은 약 2억원 수준이다. 비록 미미한 지분이지만 '0'이 아닌 첫 숫자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이 직접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그룹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식을 각각 0.01%, 0.0%씩 장내 매수했다. 매입 금액은 2억원 수준이다. 사진은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사진=코오롱그룹]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을 두고 본격적인 책임경영 체제로 들어가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매입한 두 계열사는 코오롱그룹의 핵심 축이다. 지주사인 코오롱을 정점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그룹의 중심 사업을, 코오롱글로벌이 건설·유통 등 외형 확장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이들 주식을 매입한 것은 단순한 투자 이상의 '책임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매입이 '상징적 행보'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코오롱의 지배구조상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 확보 없이는 실질적인 경영권 승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 최대주주는 이웅열 명예회장으로 지분율은 49.74%에 달한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201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경영능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들에게 그룹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며 신뢰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코오롱 지분 49.74% 중 38.4%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어 지분 증여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역시 승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 명예회장이 향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아들에게 지분을 넘기지 않고 경영에 복귀한 사례처럼 이 명예회장이 실적 부진 속에서 다시 경영을 직접 챙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오롱 수익성 악화 등 실적 부진 지속…이규호 부회장, 경영능력 시험대 고전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경영능력 입증'이다. 이 부회장은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코오롱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을 주도하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은 2022년 정점을 찍은 이후 실적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화학 시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고, 코오롱글로벌은 건설·유통 부문에서 잇따라 적자를 냈다. 특히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5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2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 일각에서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향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리밸런싱'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상장폐지 추진이다. BMW·아우디·볼보 등 고급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하며 매출 2조원을 올리는 알짜 계열사지만 그룹 구조 효율화를 위해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사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코오롱글로벌은 골프·리조트 사업을 담당하던 엠오디와 급식·위탁운영 계열사 코오롱LSI를 흡수합병하며 부채비율을 낮추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올해 초 코오롱글로텍을, 최근에는 코오롱ENP를 연달아 합병하며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주력 계열사의 수익 기반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분기 연결 기준 코오롱은 영업이익 676억원으로 간신히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건설·화학 부문은 구조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현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기침체,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변수에 그룹 주력 계열사의 경쟁력 약화가 겹쳐 있다. 여기에 그룹 내부에서도 지분 구조의 복잡성과 자금 여력 한계 등으로 인해 단기적 승계 구도 정비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규호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승계의 시작이라 보다 상징적으로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보인다"며 "결국 그룹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며 그것이 곧 부친에게 능력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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