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가 등장하지 않는 독립운동극?”… 2025년 연극 ‘권애라’가 던진 묵직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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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가 등장하지 않는 독립운동극?”… 2025년 연극 ‘권애라’가 던진 묵직한 반전

스타트업엔 2025-12-05 10:28:33 신고

연극 권애라 공연 포스터 (제공 = 바람엔터테인먼트)
연극 권애라 공연 포스터 (제공 = 바람엔터테인먼트)

제목만 보면 영락없는 위인전이다. '3·1 만세운동, 유관순 열사'... ‘권애라’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은 2025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오는 12월 11일 은평구 ‘극장 봄’ 무대에 오르는 연극 <권애라> 는 관객의 예상을 보란 듯이 배반한다. 이 극에는 정작 권애라 선생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는 여행을 꿈꾸고, 투잡을 뛰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네 이웃이 서 있다.

2025년 은평연극협회 정기공연이자 ‘공연연구소 더하다’가 제작한 이 작품은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단 나흘간 관객을 찾는다. 서울특별시 민간축제 지원사업인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공연 5탄’으로 선정됐지만, 단순히 지자체 예산을 받아 만든 뻔한 목적극으로 치부하기엔 접근 방식이 꽤 날카롭다.

연출을 맡은 반무섭은 기획 의도에서 “과거의 역사를 전시하는 연극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통상적인 역사극이 관객에게 ‘애국심’이나 ‘부채의식’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견뎌내고 있는가”를 묻는다. 독립운동가 권애라의 삶을 재현하는 대신, 그의 이름이 가진 ‘저항’과 ‘자유’의 정신만을 추출해 현대 사회로 이식한 셈이다.

극은 <여행> , <투잡> , <취업준비> 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뉜다. 옴니버스 형식을 띤 이 무대에는 독립군 군가 대신 자본주의 사회의 소음이 흐른다.

첫 번째 에피소드 <여행> 은 부부의 일상 대화를 다룬다.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즉 소소한 ‘해방’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망이 읽힌다. 이어지는 <투잡> 은 제목부터 적나라하다. 생계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인물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투쟁 못지않게 치열한 ‘생존 전쟁’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취업준비> 는 세대 갈등과 불안한 미래를 정면으로 비춘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충돌 속에서 ‘독립’은 더 이상 국가의 광복이 아니라, 부모로부터의, 혹은 경제적 빈곤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게 된다.

무대에 오르는 정마린, 이봉근, 김홍택, 이승기, 서숙희, 김유나 등 6명의 배우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에서 1인 2역 이상의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세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수렴한다.

작품의 백미는 에필로그가 될 전망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배우들은 극의 마지막 순간 배역을 벗고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넨다. “독립이란, 단지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매일 이어가야 하는 싸움 아닐까요.”

이 대사는 100년 전의 ‘독립’과 2025년의 ‘독립’을 잇는 가교다. 은평구에 실제로 존재하는 명예도로명 ‘권애라로’에서 시작된 기획이 단순한 지역 홍보를 넘어 보편적인 삶의 질문으로 확장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상윤(무대), 박성민(조명), 김동욱(음악) 등 기술 스태프들이 구현할 감각적인 미장센이 이 텍스트의 무게를 얼마나 세련되게 뒷받침할지가 관건이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내걸고도 그 인물을 지워버린 이 과감한 선택이, 역사를 잊은 것이 아니라 역사를 가장 현재적으로 계승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그 답은 12월 11일 무대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다. 예매는 플레이티켓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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