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이 미국 MIT와 함께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요소인 ‘인공 시냅스 소자’의 기억 유지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는 새로운 소재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복잡한 구조 변경 없이 소재 내부 특정 위치의 원자 하나를 질소로 바꾸는 방식만으로 비휘발성이 기존 대비 약 4배 향상된 것이 핵심이다.
서울과기대 화공생명공학과 이은호 교수팀은 기존 뉴로모픽 반도체가 지닌 한계였던 이온의 ‘표면 정체’ 문제를 원자 단위 설계를 통해 해결했다고 4일 밝혔다. 기존 시냅스 소자에서는 이온이 소재 표면 부근에서 머물다 쉽게 빠져나가 장기 기억 유지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팀은 소재 내부의 특정 결합 부위에 있던 탄소(C)를 질소(N)로 치환하자 이온 이동 경로와 반발력이 재편되며 내부 깊숙한 지점까지 안정적으로 스며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원자 치환은 소자 내 이온 잔류 시간을 크게 늘려 비휘발성(전원을 꺼도 기억이 유지되는 특성)을 강화했다. 연구팀은 “구조 전체를 바꾸지 않고도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 소재 설계에 실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개선된 이온 안정성은 소자의 전류 조절 정확도에도 영향을 미쳐, 반복된 신호 입력에 따라 연결 강도가 점진적으로 조절되는 ‘뇌의 학습 방식’에 더 가까운 동작 특성을 구현했다. 새 소재 기반 소자로 손글씨 이미지 분류 실험을 진행한 결과, 높은 인식 정확도를 보이며 실제 응용 가능성도 검증됐다.
AI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 연산을 수행하며 기존 ‘폰노이만 구조’에서 발생하는 속도 저하·전력 소모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뉴로모픽 반도체는 학습과 기억 기능을 동시에 담당할 하드웨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원자 단위 조절만으로 전자구조·이온 안정성·기억 유지 성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소재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으며, 서울과기대·MIT·포항공대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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