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잇는 음악극 '공무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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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N]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잇는 음악극 '공무도하'

뉴스컬처 2025-12-05 06:00: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음악극 '공무도하'는 인간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새로운 실험적 무대다. 강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죽음이나 극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인간이 자기 시간을 어떻게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시작은 은퇴 후 모든 것을 잃은 백수광부가 강을 바라보며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묻는 장면에서 비롯된다. 그의 내면적 고민은 일상의 고뇌가 아니라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관객은 백수광부의 시선을 따라 강가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삶과 시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음악극 '공무도하' 포스터
사진=음악극 '공무도하' 포스터

백수광부의 선택을 말리는 곽리자고와 그의 아내 금조의 절박한 외침은 인간의 시간과 관계, 그리고 사랑의 무게를 동시에 보여준다. 금조는 '님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라는 한마디로 극적 긴장과 감정을 압축하며, 강가라는 공간이 단순한 무대적 배경을 넘어 존재의 상징으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강 속으로 사라진 부부의 기억은 곽리자고와 여옥의 일상 속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사라짐과 기억, 그리고 시간의 겹침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삶이 단선적인 흐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복합적 구조임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작곡가 신나라의 음악은 이러한 존재론적 사유를 더욱 깊게 만든다.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음악극을 넘나드는 그의 창작 세계는 독일과 국내 여러 무대에서 검증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신나라는 몰토뉴 보이스 앙상블과 지휘자 고경호의 협업을 통해 음악적 긴장과 내적 울림을 극대화한다.

작가 김성배의 대사는 절제와 함축을 통해 극의 철학적 깊이를 강화한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리듬과 이미지적 구성은 관객이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돕는다. 음악과 대사가 서로를 보완하며, 강가라는 공간이 갖는 상징성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연출 신동일은 무대 위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카나라니블룸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미 검증된 신동일의 연출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과 몸짓, 그리고 무대 디자인과 조명의 결합은 관객이 존재와 시간을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만든다.

무대와 연주진의 조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타악기가 어우러지는 앙상블은 극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받쳐준다. 무대디자인 황혜원과 조연출 김상원, 음향감독 황현창, 음악코칭 이해원, 안무 양은숙, 기획 미예사 등 제작진의 전문적 협업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하나의 철학적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은 강가를 바라보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며,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다시 체험하게 된다.

결국 '공무도하'는 음악과 연극, 무대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인간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깊이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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