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 레딩 '더 독 오브 더 베이' 등 작곡…'소울맨' 연주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1960년대 미국의 흑인음악 '솔'의 황금기를 이끈 기타 연주자이자 프로듀서 스티브 크로퍼가 별세했다. 향년 84세.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크로퍼가 이날 테네시주(州) 내슈빌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크로퍼는 솔과 알앤비(R&B)의 세계화를 이끈 음반 회사 스택스의 독특한 사운드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미국 남부 멤피스에 설립된 스택스는 모타운으로 대표되는 북부의 팝적인 솔 음악과는 달리 거칠고 개성 있는 사운드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크로퍼는 스택스 소속 가수들의 음반에서 연주를 전담한 부커T 앤 더 MG's에서 기타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작곡과 함께 음반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솔 음악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오티스 레딩의 명곡 '더 독 오브 더 베이'와 윌슨 피켓의 '인 더 미드나잇 아워'를 작곡해 R&B 차트 정상에 올렸다.
또한 남성 듀오 샘&데이브가 1967년 발표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소울맨'에서는 알앤비 역사에 남을 개성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그의 연주는 그는 필요한 최소한의 음표를 사용하면서도 멜로디가 뛰어나고, 노래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함보다 리듬감과 느낌을 중시하는 그의 연주는 솔과 알앤비뿐 아니라 팝과 록 음악계의 후배 연주자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크로퍼는 생전 인터뷰에서 "내 연주는 항상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잘 팔렸다"라며 "기타를 연주했다기보다는 기타를 도구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인 연주자였지만, 흑인 뮤지션뿐 아니라 흑인 사회로부터도 사랑받는 존재였다.
1968년 흑인 민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멤피스에서 암살된 직후 분노한 흑인 주민들에 의한 폭동 사태가 발생하자 스택스의 연주자들과 흑인 이웃들이 순찰대를 구성해 크로퍼를 보호했다.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1960년대 흑인 음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1978년 인기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출연자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가 결성한 '블루스 브라더스' 밴드에서 기타를 담당하면서 대중적인 지명도도 올라갔다.
그는 1980년에 발표된 영화판 블루스 브라더스와 1998년 속편에도 출연했다.
1941년 미국 중부 미주리주 도라의 농가에서 태어난 크로퍼는 어린 시절 백인 취향의 컨트리 음악을 들었지만, 9세 때 멤피스로 이사한 뒤 흑인 복음성가와 알앤비를 접했다.
14세 때 처음 기타를 구입한 크로퍼는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한 뒤 연주자로 이름을 알렸고, 결국 스택스의 전속 연주자가 됐다.
크로퍼는 지난 1992년 부커T 앤 더 MG's 멤버 자격으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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