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인류가 처음 옷을 입은 이유는 몸을 가리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문화적 표현이었을까.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d.ASOMI의 창업자인 신간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 저자 이다소미는 인간을 ‘입는 존재(Homo Indutus)’로 정의하며, 옷을 통해 드러나는 욕망과 사회적 지위를 탐구한다. 수천 년 동안 변화해온 복식을 따라가다 보면, 옷이 생활 도구를 넘어 인간과 시대를 이해하는 창이 되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옷의 기원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이를 성경의 선악과 이야기로 설명하며, 최초의 옷이 생존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은 곧 옷을 통해 자신을 꾸미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렇게 옷은 필요를 넘어 욕망과 상징을 담는 도구로 발전했다.
서민에게 옷은 주로 생활과 생존의 필수품이었다. 날씨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대로 권력층에게 옷은 의복을 넘어 권위와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화려한 장식, 값비싼 소재, 독특한 디자인은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시대와 유행이 바뀌어도, 옷이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반영하는 문화적 기호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복식사의 흐름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성경 속 가죽옷에서부터 유목민의 바지, 이집트의 로인클로스, 십자군 병사의 파우치, 헨리 8세의 코드피스, 루이 14세의 스타킹, 외제니·시씨 황후의 화려한 드레스, 프리다 칼로의 테우아나 스타일, 앙드레 김의 화이트 룩, 그리고 조선의 갓에 이르기까지, 총 26가지 트렌드가 시대별로 소개된다. 저자가 직접 그린 크로키는 각 복식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이해를 돕는다.
복식사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옷의 변화만이 아니다. 인간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왜 특정 디자인과 소재를 선택했는지, 이를 통해 당시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를 읽을 수 있다. 옷은 인간의 미적 감각, 기술, 경제, 정치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시대의 문화와 삶을 반영하는 중요한 기록이 된다.
이처럼 옷을 따라가는 여정은 인간과 시대를 탐구하는 여정이 된다. 저자는 옷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 문화 현상 예를 들어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컬처의 뿌리 역시 오랜 역사와 문화적 층위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한다.
결국, 옷을 이해하는 일은 패션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시대를 읽는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시대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인류가 어떻게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 왔는지를 흥미롭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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