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전설적인 라이브러리 셀러 도멘 흐무와스네에서 내가 목격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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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의 전설적인 라이브러리 셀러 도멘 흐무와스네에서 내가 목격한 것들

에스콰이어 2025-12-03 14:03:25 신고

리저브 와인들에는 라벨이 안 붙어 있고, 대신 각 로트마다 이처럼 식별 표가 붙어 있다. 이 와인들은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판매할 때마다 병의 외관을 세척하고 소량 생산한 라벨을 직접 붙여 출하한다.

리저브 와인들에는 라벨이 안 붙어 있고, 대신 각 로트마다 이처럼 식별 표가 붙어 있다. 이 와인들은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판매할 때마다 병의 외관을 세척하고 소량 생산한 라벨을 직접 붙여 출하한다.

지난 11월 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도시 본에서 '도멘 흐무와스네 페레 에 피스'(Domaine Remoissenet Père et Fils, 이하 ‘도멘 흐무와스네’)의 홍보 매니저 세실 브갱(Cécile Begin)과 만났다. 그날은 양조도, 통갈이도 없는 날이라 와이너리에도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도 일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우리는 전혀 다른 와이너리가 되어 가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르고뉴의 역사적 도멘인 흐무와스네가 진화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내겐 큰 행운이었다.

본(Beaune)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흐무와스네의 와이너리와 지하 저장고는 겉에서 보기엔 투박한 정육각형 창고처럼 보이고, 인적도 없어 처음 찾는 이들은 버려진 건물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적막하다. 나 역시 사람이 보이지 않아 문을 닫은 줄로만 알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세실이 말했다. 이 단정한 외관 뒤에는 부르고뉴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설적 라이브러리 셀러’가 존재한다. 1879년 피에르 알프레드 흐무와스네(Pierre-Alfred Remoissenet)가 본 중심가 스퓔레 거리(rue Spuller)에 설립한 이 도멘은 오랜 세월 지역 명망가와 정치인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약 30년 동안 롤랑 흐무와스네가 운영하던 시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도멘의 명성은 점차 희미해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흐무와스네가 꾸준히 지켜온 단 하나의 자산은 ‘빈티지를 성실하게 비축하는 문화’였다. 창업 초기부터 네고시앙 활동과 자체 양조를 병행하며 밭의 와인을 사들이고 직접 길러 저장해온 전통 덕분에, 흐무와스네는 프랑스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역사적 셀러를 보유하게 되었다.

"타다!" 세실이 우리를 이끌고 지하로 셀러로 내려가며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현대식 창고 같았던 양조장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그 지하에 펼쳐져 있었다. 허름한 외관 뒤로 수십만 병(적어도 그렇게 보였다)의 빈티지 와인들이 밭과 빈티지가 같은 로트로 구분되어 잠들어 있었다. 대충 봐도 보통의 와이너리에 있는 히스토리컬 컬렉션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규모였다. 도멘이 공식적으로 빈티지·밭·병수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내가 직접 본 가장 오래된 병은 ‘Vosne-Romanée 1945’였으며, 인근에는 1953년산 리쉬부르가 자그마치 399병, 클로 부조 1952는 1000병이 넘게 쌓여 있었다. 이 정도의 빈티지를, 그것도 수백 수천병 단위로 보유하는 도멘은 부르고뉴 약 4,000개 생산자 중에서도 극히 드물다. 규모만 놓고 보면 조셉 드루앵(Joseph Drouhin), 부샤르 페레 에 피스(Bouchard Père & Fils),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와 같은 초 거대 하우스들의 컬렉션과 견줄 만하거나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셀러는 흐무와스네의 모든 것이 아니다. 도멘 흐무와스네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건 2005년이다. 에드워드·하워드 밀스타인 형제와 할펀 인더스트리의 토드 할펀이 컨소시엄 형태로 도멘을 인수하며, 이들은 단순히 셀러의 빈티지들을 호사롭게 누리고 옥션에 내놓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도멘의 미래를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하며 본격적인 리브랜딩을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도멘이 실제로 보유·경작하는 포도밭의 확장이다. 과거 2.5헥타르에 불과했던 자체 밭은 현재 클로 드 부조의 그랑 크뤼를 포함한 25헥타르로 확대되었다. 이는 흐무와스네가 더 이상 ‘라이브러리 셀러만 특별한 하우스’가 아니라, 테루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진정한 의미의 현대적 부르고뉴 도멘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첫째는 클로디 조바르(Claudie Jobard)다. 2005년부터 도멘의 외놀로지스트(양조자)로 합류한 그녀는 숙성, 인내, 성숙도를 중시하며 흐무와스네의 스타일을 완전히 재정립했다. 그녀의 와인은 우아하면서도 단단하고, 복합성과 질감을 동시에 겸비한 것이 특징이다. 둘째는 장-뤽 파랑(Jean-Luc Parent). 빈야드 매니저로서 포도 재배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토양의 선택과 경작 방식의 전환을 주도했으며, 자신의 철학에 따라 2023년에는 '유기농 인증'(Organic Certification)을 획득했다.

도멘 흐무와스네 페레 에 피스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와인들.

도멘 흐무와스네 페레 에 피스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와인들.

네고시앙 와인의 품질 및 라인업 역시 강화되었다. 본과 코트 드 뉘 전반의 AOC에서 재배한 포도를 바탕으로, 쥐브레-샹베르탱(Gevrey-Chambertin), 포마르(Pommard), 뫼르소(Meursault), 퓔리니-몽라쉐(Puligny-Montrachet) 등 주요 마을에서 프리미에 크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도멘 와인과 네고시앙 와인 메이킹의 형태를 병행하며 브랜드의 폭을 넓힌 것이다.

이제 흐무와스네의 매력은 단순하게 ‘빈티지 라이브러리’로 정의할 수 없다. 흐무와스네의 매력은 과거를 품은 도멘이 현재를 재정립하며 미래형 생산자로 진화하는 희귀한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맛보고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이날 히스토리 셀러에서 나와 세실과 꽤 오랜 시간 아직 배럴에서 숙성 중인 블렌딩 전의 와인들을 테이스팅했다. 그녀는 "이 피노 누아를 마셔봐요"라며 "이 와인을 처음 양조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좋은 빈티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불과 몇달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맛이 됐지요. 와인은 정말 어떻게 변할지 알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각 오크 통에는 와인의 빈티지와 함께 오크 통의 빈티지가 쓰여 있었다. 어린 오크 통에 숙성한 와인에선 버터리하고 달콤한, 짙은 오크 유래의 향들이 느껴졌다. "이것들을 적절하게 블렌딩해서 복합적인 맛을 완성하지요. 그게 숙성과 블렌딩의 묘미에요. 지금 우리는 와인 메이킹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세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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