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잘 알려진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이번에는 미국 대표 성장주인 테슬라를 정면 겨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버블론을 제기한 데 이어, 테슬라 역시 “터무니없이 고평가돼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자 본인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Cassandra Unchained)’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금도,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터무니없이 고평가된 상태”라며 “테슬라는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는 가운데 매년 약 3.6%씩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대급 보상 프로그램이 향후에도 주식 희석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가 회사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돌파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1조달러(약 1470조원) 규모의 주식을 지급하는 초대형 스톡옵션 보상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은 주요 지수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야후 파이낸스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4300억달러로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10위권에 올라 있다. 로이터는 테슬라 주가가 주당 예상 순이익(EPS)의 약 209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22배 안팎으로, 테슬라가 시장 평균 대비 10배 가까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1일(현지시간) 종가는 430.14달러(약 63만원)로, 최근 6개월 사이 25.5% 상승했다. 주가가 재차 반등하면서 ‘고평가 논란’과 ‘성장 기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한국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도 적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 보유 규모는 267억5000만달러(약 39조3775억원)에 이른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개별 종목인 만큼, 버리의 ‘고평가’ 경고가 국내 투자심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버리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정확히 예측하고 자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는 2015년 개봉한 영화 ‘빅 쇼트’를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최근 그는 AI 산업 전반에 심각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하며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주요 AI 관련주의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공개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과 포지션 공개가 미국 기술주 전반의 조정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테슬라는 버리의 이번 평가와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센머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