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7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불과 한 달여만에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로 하면서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를 오락가락 반복하면서 실수요자마저 매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일부 투자 수요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규제 직전 매수에 나서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마포·성동, 경기 분당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축소하는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공급 확대와 시장 활성화를 내세웠던 정부가 다시 대출 규제와 지역 묶기에 나서면서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 대책에도 꺾이지 않는 집값…'불안 심리'가 되레 집값 상승 불렀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은 정부의 공급 확대 발표 이후에도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오름폭을 키웠고, 10월 첫째 주(6일 기준) 상승률은 0.27%로 확대됐다. 특히 마포(0.69%), 성동(0.78%), 광진(0.65%)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경기 분당(0.97%), 과천(0.54%) 등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를 시사한 것이 매수세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7 공급 대책은 장기 공급계획 중심이라 단기적 체감 효과가 적었고 공급 시차로 인한 기대 심리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며 가격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이 같은 불안정한 정책 리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공급 완화책을 내놓더니 이제는 규제를 검토한다"며 "시장이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없으니 관망세만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규제 조치가 주로 대출에 집중돼 있어 실수요자의 자금 접근성만 낮춘다는 점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줄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축소된다.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여전히 집을 살 수 있지만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는 '패자부활전'조차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거래는 더 위축되고 매물 부족이 심화돼 가격 상승 압력이 되레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대 초 문재인 정부 시절 경험했던 규제의 역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8월 거래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 중 현금 거래 비중은 61.2%로 1년 전(46.8%)보다 크게 늘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현금 부자 중심 시장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셈이다.
"규제는 단기 처방일 뿐"…공급 현실화·정책 일관성이 해법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규제 일변도로 흐를 경우 오히려 시장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를 통해 단기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공급 현실화, 실수요자 금융 지원, 정책 일관성이 부동산 시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9·7 대책의 핵심이었던 '공급 확대'의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정책 신뢰는 빠르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70% 이상이 공공주도 사업이며 착공까지 수년이 걸린다. 현재까지 2025년까지 실질 착공이 가능한 물량은 약 40만호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공급 확대를 위해선 민간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토부가 제시한 용적률 완화 방안이 지자체 단위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공급계획이 서류상 숫자에 머물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 실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일괄적으로 줄이거나 전세대출까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은 집을 살 수 없게 된다. 반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위층은 규제와 상관없이 매입을 지속하면서 시장 양극화를 키운다.
이에 규제지역 내에서도 소득 수준과 생애주기별로 대출 규제를 차등화하는 맞춤형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애 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에는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한도 상향 등 완화적 조치를 유지하고 자금 출처가 불투명한 투자성 거래에는 세무조사 강화나 취득세 중과 등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정책의 일관성 확보도 필수로 지목된다. 정부가 공급과 규제를 동시에 외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책 기조의 일관성과 실행 속도가 담보돼야 시장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과열 지역의 규제 강화를 통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속 인허가제 도입·민간 참여 확대·공공 인프라 정비'를 통해 공급 구조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투기성 거래에 대한 정밀한 자금 추적 시스템을 강화해
실수요자의 대출 기회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집값을 누르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 규제보다 공급의 현실화, 실수요자 금융 접근성 강화, 정책 신뢰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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