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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문화매거진 2025-07-31 21:37:12 신고

▲ 비닐 우산을 유성 매직으로 꾸미는 수업 / 사진: 구씨 제공
▲ 비닐 우산을 유성 매직으로 꾸미는 수업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일주일에 2일은 초등학교에서 ‘돌봄 수업’으로 미술 수업을 한다. 몇 번의 수업을 통해 저학년으로 묶이는 1, 2학년이 하는 미술은 재능과 미적인 선택만큼 소근육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첫 시간에 동그라미부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솔직한 아이들은 자신의 레벨이 아니라며 아우성을 치거나 너무 어렵다는 말을 쉽게 내놓았고 처음으로 저학년 수업을 진행하는 나로서는 그 의견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에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만족하는 수업을 하기는 어렵지만, 모두가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것들을 허용하고 수용하는 수업을 지향하기로 정리하며 지금은 자신의 그림에 아이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옆에서 채근하기도 하고 조금은 단호하게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1년 절반 정도 수업을 진행한 상황에서 2학년 중 보고 그리는 것을 잘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보인다. 한 반에 12명 수업을 진행하면 3~4명의 아이가 보이는 것을 최대한 그대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며 구불구불한 선을 따라 손을 움직인다. 반면 1학년은 끝이 뾰족한 꽃잎을 그리기 위해 어디서 연필선을 멈추고 둥글게 그려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몇몇 아이들은 지우개를 쓰기보다 그림 자체에 엑스 표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단순한 그림을 그리는 준비물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업 준비가 어렵지는 않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찾는 것이다. 그리기 실력과 흥미가 천차만별로 차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50분 동안 흰 종이를 채워가는 것은 쉽지 않다.

초등학교 미술 수업 준비를 위해 인터넷을 찾다 보면 대부분 만들기와 그리기를 섞어가며 시중에 팔고 있는 교재나 교본을 사용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교재를 사용하면 모든 아이들의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올 수는 있겠지만 결과물보다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을지를 자주 생각한다. 

일주일에 50분 하는 그 수업이 뭐 그리 크겠냐만은, 과거의 기억 속 생생하게 남아있는 나의 경험이 아이들에게도 남기를 바라며 다양한 그리기 수업을 진행해보려 노력한다. 처음 나무를 그리게 되었을 때의 쾌감, 선물상자를 네모난 평면으로 그리다가 정육면체라는 입체로 그렸을 때의 기쁨 그리고 밝음과 어둠을 배우고 나서부터 모든 나무를 연두색부터 진한 초록으로 칠해내던 순간이 생생하다.

최근 진행했던 비닐우산을 유성 매직으로 꾸미는 수업은 어린 시절 재미있게 했던 미술 수업이라 내 수업에도 넣게 되었다. 유성 매직이라는 조금은 지독한 냄새의 재료를 활용해서 투명한 평면에 색을 칠하며 종이와는 다른 색감을 느껴보는 시간은 성인이 되어서도 다양한 순간에 떠올리곤 했다. 몇몇 아이들에게도 그런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우산 각각의 면을 무지개색으로 온전히 채우겠다는 아이가 있었고 각 우산의 칸에 점점 높아지는 속도 표지판을 그리던 아이도 있었다. 

수업을 하며 종종 아이들 중 작가를 할 아이가 있을까 생각한다. 누가 그 직업을 택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진행하는 수업이 아주 연약하게나마 어느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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