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은 어쩌다 지하디스트가 됐나…다큐 '올파의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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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어쩌다 지하디스트가 됐나…다큐 '올파의 딸들'

연합뉴스 2025-04-01 07: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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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가담한 튀니지 자매 가족 이야기…칸영화제 다큐상 수상작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나는 여자가 싫어요. 딸을 원한 적도 없죠."

튀니지에 사는 중년 여인 올파는 말한다. 그는 딸부잣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이 가정을 버리는 바람에 남자가 없었던 올파의 집은 이웃 남성들의 먹잇감이 됐다.

올파는 열세 살을 겨우 넘겼을 무렵부터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자르고 바지도 입었다. 어머니와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남자가 돼야 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올파는 결혼 후 딸만 내리 넷을 낳았다. 그의 남편도 없느니만 못한 사람이었다. 딸들의 생계와 안전은 온전히 올파의 몫이었다.

그는 셋째 에야, 넷째 타이시르와 함께 살고 있다. 첫째 고프란과 둘째 라흐마는 보이지 않는다. 두 딸은 2015년 리비아로 건너가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해 위장 결혼을 한 뒤 테러리스트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를 사귀고 고스족 스타일을 즐겨 입던 10대 소녀들은 어쩌다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됐을까.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은 튀니지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고프란과 라흐마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올파 가족의 과거를 되짚으며 무엇이 둘을 극단주의로 내몰게 했는지를 탐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섞은 독특한 형식으로 제작됐다. 올파와 셋째·넷째 딸이 카메라 앞에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직접 연기했다. 고프란과 라흐마를 대신해서는 배우들이 투입됐다. 올파가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장면에서도 배우가 나선다.

이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과거에서는 언뜻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세대 갈등이 포착된다. 올파는 딸들의 자유분방함을 참을 수 없고 딸들은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올파가 특히 걱정하는 건 점차 성인이 되어가는 첫째와 둘째가 이슬람 사회에서 요구하는 '현모양처 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는 빗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딸을 때리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어머니가 학습한 남성의 폭력성과 올바른 여성의 몸가짐이라는 환상이 고스란히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된 것이다.

그러나 고프란과 라흐마가 변한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튀니지 혁명으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세력을 뻗치면서다. 소녀들은 길거리에 나갔다가 옷차림을 이유로 남자들에게 린치당한 후 눈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다.

처음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둘은 점차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게 된다. 니캅을 입지 않는 엄마와 자매들에게 죽어서 지옥 불에서 고통받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붓기까지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간이 흐를수록 과격해지는 이들의 행동은 어떤 공포영화보다 두려움을 안긴다.

튀니지는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혁명 전까지만 해도 히잡 착용을 금지할 정도로 세속적인 나라였다. 그러나 거리 선전과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극단주의가 암세포처럼 번진 뒤 여성들은 통제의 대상이 됐다. 고프란과 라흐마는 이런 변화를 몸소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 영상과 가족들의 인터뷰도 삽입돼 몰입감을 더한다.

올파와 에야, 타이시르는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고통을 되새김질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이전의 과오를 용서하고 치유하기도 한다. '올파의 딸들'은 관객에게는 영화지만, 이들 가족에게는 심리 치료를 위한 사이코드라마인 셈이다.

이 작품은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다큐멘터리상을 차지했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도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지 매체로부터 "출연자들의 트라우마를 재현하는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지만 유쾌하면서도 해방감을 준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는 2일 개봉.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올파의 딸들'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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