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탄핵 관련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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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탄핵 관련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연합뉴스 2025-04-01 05:50:00 신고

3줄요약

극심한 국론 분열 속 '만우절 거짓말' 경계경보

유쾌했던 만우절 → 불안정한 정국에 가짜뉴스 주의보

"우리의 '가짜'에 대한 태도, 만우절 취지와 동떨어져"

만우절(일러스트) 만우절(일러스트)

제작 김민준
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우리 다들 탄핵 관련 거짓말은 하지 않도록 약속해요."('sso***')

"지나친 장난은 삼가자. 듣고 싶은 소식이 있다고 해도 거짓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쉽게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sa***')

만우절(4월1일)을 앞두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이다.

유쾌한 거짓말이 '허용'되는 날이지만 국내외 혼란 속 '웃자고 하는 농담'의 입지가 좁아진 모양새다.

대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100% 병합' 등 거짓말 같은 발언을 '진심'으로 쏟아내며 세계를 혼란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참사를 시작으로 최근 경북 대규모 산불 등 각종 사건·사고·재난 때마다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진 만큼 만우절에 지나친 장난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일 "만우절의 본래 취지는 가벼운 농담으로 일상에 짓눌려있던 삶에서 숨돌릴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가짜'에 대한 태도는 만우절의 취지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을 부추기고 서로를 적대시하며 적의 모든 것을 문제 삼는 행위가 유튜브와 SNS에 범람하고 있다"고 짚었다.

가짜뉴스를 생성하면 보이는 안내문 가짜뉴스를 생성하면 보이는 안내문

[가짜뉴스 생성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 가벼운 장난과 거짓말을 즐기는 날

만우절은 본래 가벼운 장난과 거짓말을 즐기는 날이었다.

만우절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6세기 프랑스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중세 유럽은 본래 새해의 시작을 3월 25일로 지정해 4월 1일까지 춘분제를 열고 선물을 교환했다. 그러던 중 16세기 프랑스 왕 샤를 9세가 달력법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선포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4월 1일에 새해 인사를 나눴고, 이들을 '4월의 바보'(April's Fool)라고 놀리면서 장난을 쳤던 것이 가장 일반적인 만우절의 기원설이다.

동양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인도에서는 불교의 설법이 춘분부터 3월 31일까지 행해졌는데, 인도인들은 신자들이 수행 기간이 끝나면 그간 쌓았던 정신적 성취를 유지하지 못하고 빠르게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조롱하며 '야유절'로 불렀다고 한다. 불심에서 멀어진 신자들을 놀리고 장난치기 위한 날이라는 설이다.

'나무에서 자라는 스파게티' '나무에서 자라는 스파게티'

[BBC 홈페이지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 '스파게티 나무'·'왼손잡이용 와퍼'

역대 만우절 장난으로는 영국 BBC 방송의 '스파게티 나무' 보도가 있다.

1957년 BBC는 스위스 농부가 스파게티 나무를 개발했다며 농부들이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BBC는 홈페이지에 "이 클립은 최초로 방송된 만우절 장난 중 하나"라며 "일부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보도 프로그램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라고 비판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고 스파게티 나무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CNN 방송은 2019년 이를 '역대 10대 만우절 거짓말' 1위로 꼽았다.

1998년 미국 버거킹이 '왼손잡이용 와퍼'를 출시한다고 내걸었던 광고도 대표적인 만우절 거짓말이다.

당시 버거킹은 "왼손잡이용 와퍼에는 기존 와퍼와 동일한 재료가 들어갔지만, 왼손잡이 소비자를 위해 재료들을 180도 돌려 무게중심을 재분배해 토핑이 흘러내리는 것을 줄여준다"고 광고했다.

국내 기업들도 만우절을 맞아 재치 있는 장난을 치곤 했다.

2011년 통신사업 경쟁사 KT와 SK텔레콤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사진을 서로 바꿔 게시했고, 서로의 광고 대사를 인용해 KT는 "즐거운 만우절 되세요. 콸콸콸", SK텔레콤은 "만우절에도 올레하게!"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해 안랩은 SNS에 "만우절인 오늘을 틈타 많은 악성코드가 침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 나름의 노고를 생각해 오늘 하루 대응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버거킹의 '왼손잡이용 와퍼' 광고 버거킹의 '왼손잡이용 와퍼' 광고

[미국 허풍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 "설악산 흔들바위는 건재합니다"

만우절 장난이었으나 실제로 믿는 사람이 많아 당사자가 이를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설악산 흔들바위가 추락했다'는 가짜뉴스가 만우절만 되면 유포되자 2020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흔들바위는 건재합니다"라는 해명 글을 올려야 했다.

한때 만우절은 경찰서·소방서가 연중 가장 바쁜 날이기도 했다. 2012년 만우절에는 "제주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장난전화가 걸려 와 경찰, 폭발물처리반 등 100여명이 출동했으며 비행기 7편이 2시간가량 지연된 바 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지나친 만우절 장난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유언비어만으로도 인근 지역 주민과 방역당국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만, 태국, 인도 등 국가에서 코로나19 관련 만우절 농담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글로벌 기업 구글도 사내 직원들에게 "팬데믹에 맞서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로 농담 전통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그 해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만우절 장난을 쳤다가 뭇매를 맞았다.

가짜뉴스 생성기 가짜뉴스 생성기

[가짜뉴스 생성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 "양극화 사회서 '확증편향' 심화…허위정보 주의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나갔지만, 불확실성과 갈등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만우절 거짓말'에도 경계경보가 발령된다. 바싹 마른 마음들 탓에 자칫 작은 불씨가 예기치 못한 결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누리꾼들은 특히 극심한 국론 분열 속 탄핵 관련 거짓말은 자제하자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일수록 가짜뉴스가 확산하기 쉬운 만큼 수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허위 정보라는 의심이 들더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 말을 믿고 싶어지는 '확증편향'이 지금과 같은 양극화 사회에서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럴듯한 이야기에 허위를 섞는 행위가 만우절에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날인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학과 교수도 "풍자와 혐오 차별, 심각한 정치적·기만적 정보 사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며 "그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전에 필터링하기도 힘들어 이용자의 규범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만우절 장난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지각할 수 있는 풍자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 연대성 혹은 타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거짓말은 침해 법익 종류에 따라 위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짜뉴스를 생성해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한 만큼 정교한 가짜뉴스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러한 사이트는 대량의 허위 정보를 생산하도록 만들어져 개인 또는 사회적으로 법익 침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특정 개인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을 만든다면 이 역시도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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