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얼마 없다"…공멸 위기 석화업계, 대수술만이 살길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골든타임 얼마 없다"…공멸 위기 석화업계, 대수술만이 살길

이데일리 2025-03-31 18:18:09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사업구조 재편 대상을 회원사 전체로 확대한 배경에는 산업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자리한다. 석화업계 불황은 일시적인 업황 악화 탓이 아니라 범용제품 중심으로 성장해온 전략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자원, 기술, 자본 등 우리나라 석화업계가 경쟁국과 비교해 앞서는 점이 하나도 없다”라는 업계 평가는 현 사안의 심각성을 잘 나타낸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올해도 어려워…생태계 전체 바꿔야

이번 석화 사업재편의 핵심은 과잉 상태인 NCC(나프타 분해 설비)를 축소하는 데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석화 자급화를 추진하며 대규모 설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4500만톤(t)이 확대됐는데, 이 중 2500만t은 중국 내 설비확충에 따른 것이다. 이는 중동 전체 생산능력의 70%, 한국 총 생산 능력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국내 석화업체들의 주요 수출처였던 중국이 최근 몇 년 새 저렴한 원가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며 한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올해도 실적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 1분기 14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1353억)과 비교해 적자 폭이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LG화학도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737억원의 손실이 추정되며,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219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사진=LG화학.)


정부와 업계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국내 석화산업 체질을 확 바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몇몇 주요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사업재편을 한국화학산업협회 전체 회원사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국내 과잉설비 규모를 판단하고 향후 사업재편 우선순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은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업계 전문가는 “NCC를 과도하게 줄일 경우 향후 다운스트림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할 때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NCC 공급만 줄여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밸류체인 전체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전기료 감면·R&D 세액공제 등 총망라

석화업계는 이번 사업재편 컨설팅 결과에 단순 지역별 생산라인 통·폐합 등만 담지는 않을 전망이다. 석화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세액감면과 제도적 지원 등 구체적이면서도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24일 ‘원가 부담·과세 완화’, ‘경영환경 개선’, ‘고부가·저탄소 전환 지원’ 등 3개 분야 13건으로 구성된 지원책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지난 24일 정기주총이 끝난 후 “R&D 세제혜택과 기술 개발 등에 국책과제를 통해 (정부가) 협조해 주는 것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정책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감면, R&D 세제지원뿐 아니라 사업재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총망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시간 많지 않아…COTC 완공 전 체질개선 끝내야

업계에서는 이번 석화 사업 재편안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체질개선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에쓰오일 등 석화산업에 진출한 정유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해내기 전 체질개선을 완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쓰오일은 총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울산 지역에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을 짓는 이른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과 완료되면 에쓰오일은 180만t의 에틸렌을 뽑아내 단숨에 국내 4위로 오르게 된다. COTC는 원유에서 나프타를 분해한 뒤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와 달리 원유에서 곧바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NCC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에서 훨씬 앞서는 터라, 제품 생산에 돌입하면 기존 NCC 업체들이 버티기 어려울 거라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석화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한 컨설팅 내용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내 후속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과거 미국과 일본처럼 과감하게 사업재편을 추진해야 향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