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가원은 늘 정직하다. 꾸미지 않아도, 의도하지 않아도 그녀의 시선과 몸짓은 장면을 바꾼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가원은 꽃무늬 슬립 드레스를 입고 고개를 젖힌다.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끈과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카메라에 갇힌 순간은 단지 예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이를 가진다.
이질적인 배경이 오히려 그녀를 더 돋보이게 한다. 철제 구조물과 낡은 간판, 도시의 회색 풍경 사이에서 가원은 그 자체로 봄의 기운을 전한다. 얇고 가벼운 원피스와 대비되는 산업적 배경은, 마치 정해진 틀을 부수고 나아가는 지금의 그녀를 상징하는 듯하다.
녹색 벽 앞에 선 가원은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블랙 시스루 드레스 위엔 검은 깃털이 무성하고, 그 사이로 흰 나비처럼 장식들이 피어난다. 그녀는 손끝을 치켜들고, 팔을 교차하며 몸의 언어로 감정을 전한다.
이 장면은 움직임의 미학에 가깝다. 무대도, 음악도 없지만 그녀는 춤을 추듯 존재한다. 날카롭게 정돈된 손톱은 초록빛으로 빛나고, 표정은 흔들림 없이 단단하다. 가원은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되어간다.
다음 장면은 흑백으로 전환된다. 어두운 공간에 흰 드레스만이 떠 있다. 등을 반쯤 돌린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가원은 말 없이도 강렬하다. 단 하나의 조명 없이도 그녀는 장면을 압도하고, 그 시선은 오래 남는다.
미야오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된 그녀의 서사는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다. 더블랙레이블과 함께하며, 가원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패션과 예술, 퍼포먼스 사이 어딘가에 선 그녀는 그 경계마저 흐리게 만든다.
이번 촬영은 단순한 화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콘셉트를 입은 채 자신을 지우지 않고, 그 안에 녹아드는 법. 가원은 이제 스타일링이 아닌 존재 자체로 이야기를 만든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진행 중인 새 프로젝트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분명한 건 그녀가 지금 가장 아름답게 변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야오의 가원, 그 이름에 봄이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그 계절은 오래도록 머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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