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에 엉켜 죽는 고래를 구하기 위한 새로운 어망 실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밧줄에 엉켜 죽는 고래를 구하기 위한 새로운 어망 실험

BBC News 코리아 2025-03-29 10:28:19 신고

3줄요약
그물에 감긴 채 스코틀랜드 해안에 떠밀려온 향유고래를 풀어주려는 자원봉사자들. 해당 고래가 밀물과 함께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2025년 3월 3일 결국 폐사했다
BBC
자원봉사자들이 스코틀랜드 라사이 섬 해안에 떠밀려온 죽은 고래를 감은 그물을 잘라내고 있다

구름 없이 잔잔하던 어느 날,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앞바다에서 어부 발리 필프과 헤이든 맥켄지는 긴급 상황에 대응하고 있었다.

혹등고래 한 마리가 해저의 무거운 어구와 연결된 밧줄에 얽힌 채 죽어가고 있던 것이다.

이 고래는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고자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소형 어선에 타고 있던 필프는 구조 현장을 촬영하며 "여전히 무거운 무게로 몸이 끌여당겨지고 있어 고래가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래 구조 전문 훈련을 받은 이들은 고래를 풀어주고자 달려갔다.

"거의 다 되었어요! 조금만 더!"

그리고 마침내 돌파구가 열렸다.

"크게 퍼덕거리네요!"

필프의 눈앞에서 고래는 꼬리를 휘둘러 물을 내리치더니 이내 멀리 헤엄쳐갔다.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

최근 몇 달 동안 스코틀랜드 해안에서는 고래가 밧줄에 얽히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필프는 이러한 일이 어민들에게는 "최악의 악몽"이라면서 고래 구조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은 애초부터 고래들이 밧줄에 걸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 지역 약 50척의 어망 어선 어민들은 특별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고래, 돌고래, 상어 등이 밧줄에 얽히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실험이다.

무게가 가벼워 물에 떠다니는 밧줄 대신 해저에 가라앉는 무거운 밧줄을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어망 어업이란 해저의 해산물을 잡아 올리고자 서로 줄로 연결된 통발을 투하하는 방식이다. 통발의 위치는 수면의 부표로 표시한다.

이번 실험을 통솔하는 글래스고 대학교의 엘리 맥레넌은 이러한 무거운 밧줄을 사용하면 일부 어종의 경우 얽힘 사고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맥레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생각보다 (얽힘 사고는) 확실히 더 큰 문제"라면서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올해 3월 스카이섬 해안에서는 길이 15m의 향유고래 한 마리가 결국 폐사했다. 해당 향유고래는 밧줄에 얽혀 있었는데, 밧줄은 고래의 몸을 칭칭 감고도 최대 20m까지 늘어져 있었다.

'암울합니다'

배 위에서 부표를 확인하는 발리 필프
BBC
어부인 발리 필프는 밧줄에 얽힌 고래를 발견하게 되진 않을지 두렵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어망 얽힘 사고 방지 연맹'의 수잔나 칼데란은 연안 지역 어망 어업이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고래가 없던 지역에도 이제 고래가 포착되고 있다. 그물 얽힘 사고가 없었던 지역에도 이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암울합니다 … 어망에 고래, 상어가 걸린 경험이 있는 어부들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끔찍하거든요."

이러한 사고를 막고자 현재 시험 중인 일명 '가라앉는 밧줄'은 어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밧줄보다 두 배나 더 비싸다. 이에 어부들은 이러한 변화를 지지한다면서도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심 밧줄과 부표를 컨테이너에 넣어 해저에 가라앉히는 '로프 없는 어망' 실험도 진행 중이다. 부표는 전자 신호를 통해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며, 어망을 회수해야 할 때 줄도 함께 올라오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에는 어업용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해저의 무거운 그물 밧줄
Bally Philp
어부들은 과거보다 무거운 그물 밧줄을 사용하여 해저에 가라앉히고 있다

글로벌 문제

'국제포경위원회(IWC)'에 따르면 매년 의도치 않은 혼획과 어망 얽힘으로 폐사하는 고래와 돌고래는 30만 마리 이상이다.

이에 2011년부터 각국에 혼획 시 대처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어망, 긴 밧줄, 통발, 트랩 등 매년 '유령 어구' 64만 톤이 유실되거나 버려져 바다에 표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 보호론자들에 따르면 호주의 카르펜타리아 만과 태평양의 하와이 등이 그 대표적인 지역이다.

호주 맥쿼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고래 개체 수 감소와 얽힘 사고는 무관하지 않다. 연구진은 멸종 위기에 가까운 고래 종 중 하나인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경우, 거의 모든 암컷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어망에 걸려 번식에 지장을 받았다고 말한다.

미국 코드 곶 해안의 북대서양긴수염고래
Getty Images
미국 코드 곶 해안의 북대서양긴수염고래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